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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4·29 보선이 매우 희화적이다. 버젓이 한나라당 후보가 출전했는데 한나라당 경선에서 낙천된 무소속후보가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사진을 걸어 놓고 선거를 치르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코믹한 신(新) 선거 판인 한나라당과 딴나라당의 싸움판 진풍경이라고나 할까. 희한한 선거 판이라기보다는 매우 심각한 의미가 숨어있는 아주 고약한 선거 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더욱 희한한 것은 한나라당 소속 박근혜 의원이 자기당 소속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가 자신의 사진을 걸어 놓고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진의 정작 주인인 자신은 아무런 말도 없고 초상권침해라고 ‘사진을 떼어 달라’는 요구조차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친박계 인터넷 신문이라고 입에 오르내렸던 ‘D신문’에 대해서 ‘이상득 의원과 만난 일이 없는데 만났다는 기사를 냈다’는 이유로 고소까지 하며 진노했다던 박 의원이, 이번에는 무소속 후보가 자기 사진까지 걸어놓고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도 아무 말이 없다. 과연 무슨 깊은 뜻이 숨어 있을까.
일단 정당에 귀속되어 있다면, 당연히 귀속 정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음·양으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이 정당 소속원으로서의 당연한 이치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박 의원의 ‘경주 재선거’에 임하는 태도는 오히려 개인의 ‘세력’을 늘리기 위해 당의 이익을 저버리는 모습이라고 언론은 비판하고 있다. 박 의원 사진을 무소속 후보가 공개적으로 걸어놓고 소정의 목적을 위하여 충성심(?)을 보인다면 일단 ‘사진을 떼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고 그의 사진을 모시는 무소속 후보에게 엄중하게 훈육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야 오히려 국민은 충분히 좋은 감정으로 박 의원을 높이 평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박 의원이 묵시적으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마음이 있어서 침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한나라당 대표까지 하였던 입장에서는 현재 몸담고 있는 정당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원칙’ 좋아하는 박 의원이 4·29 경주재선에 임하는 태도만은 ‘원칙’이 아닌 길을 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굳이 행여나 선거에 큰 도움이 될까봐 아니면 깊은 충성심이 우러나서 박 의원 사진을 걸어 놓고 선거하는 것을 두고 박 의원 스스로가 ‘이 어찌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겠느냐’고 항의한다면 더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어정쩡한 정치 행보로 국민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거나 아니면, 정당(政党)의 가치에 대한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는 애매한 정치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당인은 의레 당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당론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 공당인 정당인의 기본 도리이자 책임, 그리고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지 않을런지. 더우기 중량급 정당인임에랴. 더더우기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 중 1위를 선점한 박 의원임에랴.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