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에 유행했던 KTF의 "쇼를 하라"는 광고 카피는 네티즌이 뽑은 최우수 광고상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최근에 KT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광고 문구를 앞세운 전략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어찌보면 핸드폰 광고가 시대적 흐름을 잘 표현하는 듯하다.

    지난 2007년 ‘쇼를 하라’라는 광고가 나올 당시는 참여정부의 임기 말이었다. 당시 정치판은 많은 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쇼’란 단어는 사전에서 ‘구경거리’ 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에 있어서 쇼란 정치인이 정치무대에서 국민을 웃기고 울리는 구경거리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도 쇼의 범주에서 벌어지는 한가지 장르라 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물러가고 이명박 정부가 새로이 출범한 2008년 이후에도 정치판은 국민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해 국회에서는 해머와 전기톱을 사용하는 민주당에 대항하여 소화기와 호스를 이용, 물대포로 응수하는 한나라당의 전투는 용호상박 스릴 만점이었다.

    이러한 쇼는 각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었고 전 세계로 전파되어 분말을 뒤집어 쓴 모습과 해머를 든 모습의 사진이 해외언론에 크게 게재되었다. 한마디로 거론하기에 창피한 한국 정치판의 더럽고 추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소개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도 이제 연예인을 능가하는 쇼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쇼의 물결에 젖어있다. 국민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연예인이나 정치인 크게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정치인들도 국민을 상대로 포퓰리즘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렇게 국민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왜 국민들을 기만하는 못된 쇼는 계속 하는지 궁금하다.

    정치판의 쇼는 예고까지 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국회에서는 수십개 법안을 일괄 통과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 한나라당의 의도에 민주당은 국회의사당 본 회의장을 기습 점거하여 며칠씩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반대로 한나라당도 법안 날치기 통과를 위해 본 회의장을 점거하는 쇼를 따라 하기도 했다.

    지난 해 ‘강마에’ 라는 캐릭터로 유명해졌던 ‘베토벤바이러스’ 라는 TV드라마가 있었다. 그리고 KBS 개그 콘서트에는 '왕비호'라는 개그맨의 독설이 인기가 높다. 또한 김구라와 같이 막말을 하는 MC들이 호응을 받고 있다. 이같은 반응은 역설적이지만 이들 캐릭터에 의해 자행된 독설과 인격 모독성 발언이 세상사에 찌들었던 시청자의 스트레스를 대신 풀어주기 때문이라 하겠다.

    요즘 박연차 리스트와 장자연 리스트에 거명되는 인사들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심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거나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구속될 처지에 있다. 소위 말하여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말이 맞아 떨어진다. 개고생을 하거나 개고생 할 처지에 있다는 뜻이다.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광고 카피가 기가 막히게 시류에 부합하는 것이다.

    편안하게 살다가 집나가면 개고생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말이다. 권력과 재력을 가진 인사들이 나쁜 짓을 하면 개고생을 당해도 싸다는 뜻이다. 필자는 핸드폰 선전에 왜 개고생이란 카피가 등장했을까 생각해 본다. 의외로 그 반응이 좋다. 아마 가진 자들의 말로를 보여주는 모습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가 보다.

    한심한 정치 쇼를 하는 여야 정치인을 향해 누가 감히 나서서 왕비호가 될 수 있으며 강마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본다.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진실을 담은 글 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글 역시 진정성은 상실한 채 파벌과 세몰이 그리고 인기에 부합하는 쇼를 하는 느낌이 든다. 필자만의 생각인지 제대로 읽기가 싫어진다.

    정인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