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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가 숫한 정, 관계 사람들을 떨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가 입만 자세히 열면 정, 관계엔 쓰촨 지진이나 동남아 쓰나미가 일어날 판이라는 것이다.
심상치 않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사도(使徒)로 알려진 추부길 씨가 구속됐다는 점이다. 이것은 검찰이 무엇인가 확실한 것을 쥐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검찰이 작심하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에 쫓겨 박연차 씨가 할 수 없이 입을 열기 시작했으며, 그것도 아주 자세한 육하원측에 따라 진술을 하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박연차 리스트 공개로 떨 사람들은 물론 지난 정권 실세들과 고위 관료들일 것이다. 왕년의 ‘민주투사’들 중 적잖은 유명인들이 이미 수뢰 혐의로 실형을 받거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도덕성, 정의에 있어서는 누가 감히 나를 따라오겠느냐며 길길이 뛰던 이들이 인생을 결국 그 모양으로 구겨서 끝낸 것이다. 박연차 리스트는 이런 사태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것이었나 하는 것을 더욱 생생히 보여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이 과연 검찰 내부부터 들여다보는 당연한 순서를 밟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미 검찰에 대해 그런 논조의 기사, 논설을 내비친 바 있다. 남의 눈의 가시를 뽑기 전에 먼저 자기 눈에 대들보가 꽂혀 있는지 여부부터 챙겨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난 10년’의 어두운 면을 청산하는 것은 결국 인적(人的) 청산으로 귀착한다. 정권교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공공부문, 시민사회 전략요충은 여전히 ‘지난 10년’ 그대로다. 이것을 물갈이 하지 않고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바로 이점에서 박연치 리스트의 귀추가 비상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와 검찰은 투철한 전략적 안목을 가지고서 ‘박연차 증후군’을 철저하고 집요하게 파헤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유민주 진영은 ‘이명박 검찰’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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