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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 내에서 민간인들에게 폭행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동의대 사건' 등 좌파 정권에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사건에 대해 재심이 가능토록 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 개정안'을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제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좌파 시민단체 관계자가 앙심을 품고 폭행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들이 상임위 회의실을 무단 점거하여 해당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의 입장을 저지하고, 해머와 전기톱을 동원하여 상임위 회의실 문을 뜯어내고, 국회의원만 입장이 허용된 본회의장에 무단으로 진입하여 농성을 벌이고 음식물까지 반입하고... 그야말로 신성한 민의의 전당 국회의 권위와 위상이 송두리째 흔들리더니 급기야 국회의원이 의사당 내에서 테러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어떤 전직 대통령이 말했듯이 "이 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에 해당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민주당은 의사당을 벗어나 장외 선동에 주력했고, 최근에는 "MB정부 2기 내각 네이밍 공모"라는 이벤트(?)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도대체 80여 명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왜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있는 지 헷갈릴 지경이다.
국회의 권위와 품격은 국회의원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각종 쟁점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결하는 선진국가들의 경우에도 의회의 권위와 품격을 지키는 데에는 여야의 구별이 따로 없다. 본회의장은 물론, 상임위 회의실에서조차 욕설과 폭행은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 국회의 경우 욕설과 폭행이 사실상 일상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지난 연말 우리 국회에서의 폭력사태가 외국 언론들의 해외토픽으로 다뤄졌겠는가?
국회의원들이 국회의 권위와 품격을 지키지 않을 뿐아니라 도리어 앞장서서 이를 훼손하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에게 국회의 권위를 존중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야당이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무력화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기에 국회를 쓰레기들의 집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이번 사건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거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회의 권위와 품격을 짓밟는 사람, 토론 아닌 장외투쟁에 집착하는 사람, 국정운영에 대한 건전한 비판 아닌 정권타도를 목표로 하는 사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사람, 국가경쟁력 제고에는 관심이 없고 정부 흠집내기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로 국회의사당이 넘치다 보니 가장 신성해야 할 국회가 폭력, 욕설, 테러, 코미디의 현장으로 전락했다고 보아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여 각종 쟁점법안과 민생법안에 대한 토론과 조율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국회를 벗어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부정에 해당된다. 장외에서 구호를 외치고, 국민을 선동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일을 할 사람들은 도처에 넘쳐난다. 소중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회의원이 그러한 일에 매달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번 미디어법안을 놓고 보더라도 민주당의 행태는 의회민주주의 부정에 가깝다.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해야만 한다. 법을 만드는 첫번째 단계인 상정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은 토론과 심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자신의 뜻과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법안에 대한 상정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 소수야당으로서 다수여당을 견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방법은 반대 논리를 제시하고, 법안의 흠결과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입법 제출이라는 의회민주주의 방식이 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진 1987년 이후 10년 주기로 여야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민주주의 훼손은 현재 여당인 한나라당 뿐아니라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정권을 되찾아 국정을 펼쳐나가게 될 민주당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여옥 의원의 빠른 쾌유를 빌면서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 근간을 다시 세우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