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민노총간부 전교조 여교사 강간미수 파문'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임성규)를 구성하고 사건 재조사에 착수했음에도 정작 사건 당사자격인 전교조는 참여를 고사한 것.

    민노총은 11일 비대위를 구성하고 '성폭력 사건 전반 처리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기로 한 뒤 사건 재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민노총 진상규명위원회는 비대위원 중 1인, 여성위원회1인, 여성위 추천 1인, 외부전문가 2인으로 총 5명으로 구성돼 오는 18일 개최되는 중앙위원회 추인을 받아 활동하기로 했다. 활동기간은 중앙위 추인 후 15일 동안 진행한다. 또, 필요할 경우 중앙집행위 동의를 얻어 7일을 연장할 수 있다.

    민노총 여성위조차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날(10일) 성명서를 발표하기 이르렀다. '공공운수연맹 여성위원회, 공공노조 여성위원회, 운수노조 여성위원회'는 성명에서 "민노총 성폭력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조직 내에서 사건이 공식화되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서 사실을 접하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민노총은 그간 운동사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여성활동가에게 분노 이상의 감정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6일 사건발생 이후 1월 5일 민노총에 공식 제소장이 접수되기까지 민노총 고위 간부와 지도위원들은 왜 피해자를 설득해서 조직 내에서 처리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진상조사위 활동시한 만료가 1월 15일이었음에도 보고가 30일이 돼서야 이뤄졌는지 그 이유 또한 납득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민노총은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피해자 대리인이 밝혔듯이 이 과정에서 조직적인 2차 가해가 발생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민노총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내부 비판이 나오는데도 사건의 한 축인 전교조는 12일 현재까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피해 여교사측이 "전교조 집행부가 회유했다"고 밝히면서 전교조는 여론 압박에 눌려 진상조사에 나섰다가 만 하루만에 조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이중행태' 비판이 제기된다. 2003년 3월 초등학교 교장 여교사 차심부름 사건에 전교조가 집요하게 대응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 사건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교사 성차별 발언 하나에도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댔던 전교조가 여교사 성폭력같이 큰 문제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가재는 게편'이라는 말도 나온다. 논란이 확산되자 피해자를 대리한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민노총과 전교조가 이중으로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교조의 이같은 태도에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도 비판하고 나섰다. 교총은 11일 보도자료에서 "전교조는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심각히 인식해라"며 "전교조가 그간 성 관련 사건 발생시 신속한 입장 발표와 적극적 대응을 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사건에 대해서만 발생된지 수일이 지났음에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교총 김용석 대변인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참담하다"고 교육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변인은 "민노총 간부 사건에 여교사가 당사자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 교육계 명예와 신뢰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 전교조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이렇게 사회적 논란으로 언론에 보도가 되는데도 (전교조가) 무반응으로 대응하는 것은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중적 잣대'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주일 가량 이 문제를 지켜보면서 전교조의 자정노력과 그 결과가 밝혀지길 바랐는데…"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