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 중구 숭례문 복구현장에 인파가 몰렸다. 이날 문화재청이 숭례문 화재 1주년을 기해 복구현장을 일반인에게 공개키로 하자 이를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 복원현장을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숭례문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이나 떨어진 곳까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다소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다 가는 빗방울까지 내린 터라 다시 발길을 돌릴 만도 했지만 이날 하루만 공개되는 현장관람을 위해 시민들은 옷깃을 곧추세우며 입장을 기다렸다. 현장 바깥에서는 숭례문의 옛 모습과 전소된 모습의 사진이 함께 담긴 브로셔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문화재청은 사고예방과 현장 훼손을 막기 위해 40명씩 일반인 입장을 제한해 안내했기에 줄은 더 길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다. 현장 관람을 기다리던 김진오(36. 남.경기도 안양시)씨는 "숭례문이 불에 탔다는 보도를 보고 너무 참담한 기분이었다"며 "숭례문에 우리 민족의 혼이 담겼다. 다시 아름다운 모습으로 복원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마종옥(56.여. 서울 광진구)씨는 "우리 국민 이번 기회에 정신차려 다시 일어나야 한다"며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현장 안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바리케이트 밖 서울 도심의 화려한 고층 빌딩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황폐한 현장이었다. 웅장하던 숭례문을 감싸고 있는 것은 차가운 철골 구조물이었다. 아직도 숭례문 벽 구석에 불에 그을린 자국이 곳곳에서 보였다. 화재 당시 그을린 목재를 본 시민은 "참 나빴다. 어떻게 이런 짓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파란하늘 아래, 상처뿐인 색바랜 숭례문 벽과 온통 회색 철골 뿐이었다. 오른쪽 벽면은 부서진 채로 간신히 철골 구조물에 싸여있었고 시민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참담함 광경을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찍었다.
철골 구조물로 지탱하고 있는 숭례문 입구엔 "기와 한 조각도 소중한 문화재입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장 바닥은 비가 내린 뒤라 질퍽했고, 파인 구덩이 속에는 부서지고 깨진 돌이 눈에 띄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철골구조물 사이로 희미하게 단청 무늬가 보였다. 푸르른 바탕에 흰 수염을 늘어뜨린 발 달린 용, 구름 무늬. 시민들은 사진을 찍으며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다. 한 시민의 "언제 이걸 다 완성하냐. 대체 어쩌자고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느냐"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복원 현장을 보려고 대한민국 국보1호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위험지역에는 안전띠가 둘렸고 시민이 알기 쉽도록 숭례문 복구 준비도와 관련된 게시물도 전시됐다. 복구 후 달라진 숭례문 모습을 담은 게시판은 많은 시민이 유심히 보며 사진을 찍었다.
현장에 들어서는 입구에 '숭례문-기억 아쉬움 그리고 내일'이라는 두개로 나뉜 큰 게시판에 시민의 바람을 적은 형형색색의 메모가 붙여있었다. 노란색 메모지에 쓰여진 "숭례문♡문화재 보수기술자가 돼 꼭 다시올게. 슬프지만 다시 일어서 대한민국 힘내"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숭례문이여, 많은 시련 이겨내고, 굳건하고 아름답게 다시 태어나달라"는 희망에 찬 바람도 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신의 바람을 적은 메모를 붙였다.
게시판에 메모를 붙이던 7살 이가영 양은 "남대문 잘 만들어주세요. 앞으로도 계속 볼수 있게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두 딸을 데리고 나온 한 어머니는 "너희는 꼭 오늘을 기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며 당부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국민의 바람을 담아 복구작업에 더욱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숭례문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숭례문이 아직도 처참하지만 하루빨리 시민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숭례문 복구에는 소요예산 250억원에 5년이 걸릴 것 예상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