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우리들은 누구를 위해 몸을 던져야 합니까?"

    용산 철거민 농성장에서 진압작전 중 희생된 고(故) 김남훈(31) 경사의 영전에 무명의 경찰관이 바친 편지가 경찰관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삼가 김남훈 경사의 영전에 바칩니다. 여기는 광화문'이라는 제목의 이 편지는 22일 오전 서울 경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 내내 고인의 영정 곁에 놓여 있었다.

    김 경사의 동료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에서 글쓴이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시위진압 버스 안에서는 대원들 간에 웃음꽃이 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두들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다"고 애통해 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촛불시위를 맨몸으로 막아낸 기동부대원들로서 조금씩 촛불이 꺼져가는 것을 보며 사회질서가 정착돼 가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며 "그러나 그것이 너무나 요원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무명 경찰관은 "수많은 경찰관의 생명이 희생되고 있지만, 멀리만 보이는 건전한 시위문화가 원망스럽기만 하다"며 "고인은 누구를 위해 희생했으며 또 우리들은 누구를 위해 몸을 던져야 하느냐"고 적었다.

    또 "고인이 누운 자리에 우리들 중 누군가가 누워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 "또다시 동의대 사태처럼 서해교전처럼 나라를 위해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침묵해야하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 경찰관은 "매일 크고 작은 시위현장에서 내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머리 속으로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경찰이 되도록 하늘나라에서 도와달라"고 썼다.

    그는 "생명의 위협이 오락가락하는 시위현장을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들끼리 하는 말들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며 "언제쯤 우리나라에도 선진 법문화가 정착될것인가"라며 안타까워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