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참사'로 숨진 농성자 5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 병원에는 21일 오전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가운데 유족들의 통곡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분향소를 찾은 정치인들은 유족들의 거친 항의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가장 마지막에 신원이 확인된 한모(57)씨의 부인과 아들 등 가족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한씨의 영정사진이 분향소에 도착하자 사진을 붙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한씨 부인은 사진을 끌어안은 채 "이렇게 가다니...내가 이 사람을 이렇게 보내다니..."라며 큰 소리로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 철거민은 "평소 가족들이 한씨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아직 시신을 확인하지 못해 더욱 감정이 북받쳤을 것"이라며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유족 10여명은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애써 슬픔을 짓누르는 모습이었다. 

    이번 참사의 또 다른 사망자인 윤모(48)씨의 아들은 "잠이라도 잘 챙겨 자라"고 위로하는 친구들의 손을 꼭 잡으면서 "내가 어떻게 자느냐"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궜다. 

    한 유족은 "억울하게 희생당한 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책임자를 끝까지 찾아내 이들의 영혼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4시께에는 한 철거민이 "유족들이 많은 조문객들로 충분히 쉬지 못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을 위한 분향소를 따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장례식장 정문 앞에 천막을 이용한 간이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분향소에서는 조문을 온 여야 정치인들이 유가족들이 격한 항의에 부딪혀 곤혹스런 입장에 빠지는 등 약간의 소란도 일었다.

    오전 10시45분께 진영 의원(용산구)이 분향소에 도착하자 유족들은 "무슨 면목으로 왔느냐. 당장 나가라"며 일행들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오전 11시5분께는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10여명도 병원을 찾았으나 유족과 철거민들이 "서민 죽이는 것이 당신들의 정치인가. 희생자들을 살려내라"고 항의하는 바람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또 오후 4시30분께에는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7명이 분향소를 찾아왔으나 철거민들은 "민주당이 한 것이 뭐가 있는가. 조문 와서 사진 한번 찍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따졌다.

    끝내 분향소로 들어가지 못한 정 대표는 취재진에게 "유족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오죽하면 조문을 거절하겠느냐"며 "우리 당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이 사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