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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정당이다"
172석 거대여당 한나라당이 크고 작은 이슈와 현안에 자당 의원들간에 이견이 불거지면 외부 비판을 받을 때 마다 하는 말이다.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 민주적 정당의 모습이라고 수없이 외쳐왔는데 최근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와 너무 다르다. 멀리 돌아볼 것도 없이 '용산 철거민 농성장 참사'를 대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스스로 얘기했던 구성원의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인정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민주 정당이란 주장을 뒤집었다.
먼저 용산 사건과 관련, 소속 의원들게 TV 토론에 출연하거나 언론 인터뷰에 응할 경우 당과 상의하라는 지시가 21일 내려졌다. "검경 수사가 시작됐고, 수사 종료 전 고귀한 생명의 희생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당이 '선 진상규명, 후 책임추궁'이란 공식 입장을 정한 상황에서 개별 의원의 이견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미 한나라당은 '미네르바' 구속을 두고도 비슷한 이유로 TV토론 불참을 결정한 바 있다.
같은 날 오전 한나라당 지도부는 용산 사건 관련 당직자 회의를 열었다. 박희태 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안경률 사무총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 한선교 홍보기획본부장 등 주요 당직자가 모두 참석했는데 원내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가 보이지 않았다. 22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국회에 있었는데 참석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아 참석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내에선 홍 원내대표가 용산 사건과 관련, 당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경고 차원에서 뺀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책임자 사퇴'를 주장하며 박 대표와 완전히 의견이 다른 홍 원내대표가 회의에 참석해 봐야 의견 다툼만 심해질 것 같아 참석 대상을 좁힌 면도 없지 않다"고 했다.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 원내대표는 입을 굳게 닫았다. 표정은 어두웠고 박 대표와는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얘기할 것 있느냐"는 박 대표의 말에 홍 원내대표는 "없다"고 답했고 회의 내내 눈을 감은 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홍 원내대표가 참석 대상자가 아니라 빠졌다는 해명보다 경고 차원에서 뺀 것이란 당 안팎 얘기에 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장면이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숨진 철거민 사망자 5명의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갔으나 유가족들에게 거절당해 발길을 돌리는 수모를 당했다. 당청간 소통이 부족하다며 의원 입각을 요구해 온 한나라당은 '1·19개각'에 불만이 크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자당 내 소통도 제대로 못하는 형국이다. 국민과는 얼마나 소통하고 있을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될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