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 이주비 등을 둘러싸고 점거농성 중이던 서울 용산 철거민 등 5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경찰은 강제 진압에 맞서 저항하던 농성자들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며 참사 원인을 밝혔다. 

    이날 진압작전을 지휘한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은 20일 낮 용산서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전 7시26분 특공대원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3단으로 쌓아올린 망루 1단에 진입하자 3단에 있던 농성자들이 시너를 통째로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 망루는 철거민들이 농성에 들어간 전날 오후 쌓아올린 것으로 이날 오전 진압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불길이 치솟아 화염에 휩싸인 뒤 1분도 안돼 무너져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백 서장은 "망루에 화재가 발생해 특공대원 6명이 화상을 입고 철수한 뒤 오전 8시까지 화재를 완전 진화했는데 이후 수색과정에서 사망자 5명을 발견했고 이 가운데 경찰관 1명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자들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경찰 사망자는 서울지방경찰청 특공대원 김모(32) 경장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백 서장은 또 "오늘 상황으로 경찰관은 17명이 다쳤고 농성자는 6명이 부상했는데 이 중 1명이 의식불명"이라고 밝혀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는 농성 이틀 만에 조기 진압작전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 "(농성자들이) 새총을 이용 유리구슬ㆍ골프공을 쏘고 화염병을 인접 건물에 던져 화재가 발생하는 등 공공의 안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를 계속했다. 더는 불법을 묵과할 수 없어 경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전 5시30분부터 자신들과 무관한 건물을 무단점거하고 옥상에 망루를 설치하며 경찰과 대치에 들어간 전국철거민연합 회원들은 화염병과 시너, 염산, LP가스통 등 위험물을 다수 소지한 채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장기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이 어제부터 사용한 불법시위용품은 화염병 150개, 염산병 40여개, 벽돌 1000여개, 골프공 및 구슬 700개로 이를 경찰과 시민에게 무차별 투척했다"며 "이로 인해 옆 건물의 상가가 반소된데다 지나가던 차량이 파손되고 경찰 채증요원이 가슴에 타박상을 입기도 했다"고 밝혔다.

    백동산 서장은 "앞으로 검찰과 협의, 사고경위를 철저히 수사해 사실을 규명하겠다"며 "유명을 달리한 분과 유족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백 서장은 브리핑을 마친 뒤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작전 승인이 떨어졌나'라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책회의를 했고 이건 현행범이다. (청장이) 승인을 하고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만 대답한 뒤 곧바로 회견장을 빠져나갔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