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달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설' 등 여죄를 규명하기 위해 자금흐름과 통화내역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작년 12월22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박 회장을 재판에 넘겼지만, 정관계 로비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증권거래법 위반 의혹, 휴켐스 매매 관련 배임 의혹 등을 계속 수사해왔다.

    검찰은 박 회장과 가족, 태광실업 및 계열사인 정산개발ㆍ휴켐스 임직원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경남, 부산지역 금융기관에서 박 회장이 수 천만원씩 현금으로 인출한 거래내역도 파악하고 있다. 

    특히 작년 3월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15억원을 빌려준 차용증을 확보한 만큼 차용증의 진위여부 및 금전거래의 대가성과 사용처 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으나 박 회장의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조성비용이나 e지원시스템 복제 구축에 흘러들어 간 정황은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간에 작성된 차용증에는 상환기간(1년)과 이율까지 정확히 명시돼 있어 돈의 사용처와 상관없이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박 회장의 청탁을 들어준 일이 없다면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아울러 검찰은 박 회장 휴대전화의 통화내역 수년치를 뽑아 통화 상대방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모 기업 간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대검 중수부 수사관으로부터 `박연차 회장과 자주 통화했던데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라고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금 및 통화내역 등 추적을 통해 로비를 받은 의혹이 있는 정ㆍ관계 인사들의 명단을 압축하는 한편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소위 `박연차 리스트'를 참고해 소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본래 이달 중순이면 로비설 관련 첫 소환자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19일자로 중수부장이 교체되고,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도 곧 단행될 예정인 만큼 본격적인 수사는 2월로 넘어갈 전망이다.

    한편 통화내역 확인 과정에서 검사장급 검찰간부 2∼3명이 박 회장과 통화했던 사실이 드러나 최근 정기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