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이 18일로 발생 1개월, 공개수사 착수 2주일째를 맞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한 채 경찰수사가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의 모습이 잡힌 현금인출기 CCTV를 확보하고 예상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등 조기 해결을 기대했으나 결정적인 제보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2년 전인 200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발생해 지금껏 미제 상태인 경기서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의 피해자에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원점 맴도는 수사..속타는 가족
    군포시 대야미동에 사는 여대생 A(21)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3시7분께 군포시 산본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하다 집에서 1㎞ 떨어진 군포보건소 정류소에서 내려 보건소 일을 본 뒤 소식이 끊겼다.
    A씨의 휴대전화 전원은 군포보건소에서 5~6㎞ 거리의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 일대에서 같은 날 오후 3시37분께 꺼졌다.

    이어 오후 7시28분께 군포보건소에서 12㎞ 떨어진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 모 금융기관 현금인출기에서 A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70만원이 인출됐고, 인출은 신원을 알 수 없는 20~30대 남자가 했다.

    경찰은 A씨와 용의자의 예상 이동경로인 군포보건소-안산 건건동-안산 성포동 구간을 포함해 군포와 안산지역 주요 도로와 상가에 설치된 폐쇄회로TV 300여대에 녹화된 화면을 확보, 이들의 행적을 쫓고 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용의자가 군포와 안산지역의 지리에 밝다고 판단, 해당 지역의 동종 수법 전과자와 우범자의 사건 당일 행적을 파악 중이지만 아직 용의선상에 올릴 만한 인물을 가리지 못했다.

    경찰은 A씨가 착용했던 반지와 팔찌 등 귀금속을 용의자가 처분했을 수 있다고 보고 주변 금은방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용의자가 더벅머리 가발을 쓴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가발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구매자를 조사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탐문과 50여건의 제보 조사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해 CCTV 분석작업과 통신수사 등 저인망식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

    언론의 접촉을 피하던 A씨의 가족들은 최근 한 방송사에 편지를 보내 애타는 심정을 토로했다. 가족들은 "하루하루 잠도 못자고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직접 발로 뛰지 못하고 기다리는 입장이라 답답하다. 가족을 찾는 마음으로 수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가족의 요청으로 비공개 수사를 벌이다 사건 발생 18일째인 지난 5일 신고 보상금 500만원을 내걸고 공개 수사에 착수했다. 

    ◇범죄전문가 "모든 가능성 열어 놓아야"
    범죄 전문가들은 사건 정황상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철저한 수사를 벌일 것을 주문했다. 

    곽대경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용의자가 현금 인출 모습이 CCTV에 찍히는 것을 감수하고 돈을 인출한 점을 보면 면식범 소행보다는 금품을 노린 자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며 "CCTV 외에 용의자를 판단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용의자가 변장을 하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은 점과 지문을 남기지 않은 점 등을 보면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러나 CCTV상에서 용의자가 신용카드를 인출기에 잘못 넣어 몇 차례 인출에 실패한 점으로 미루어 금융 거래에 익숙지 않은 사람으로 오랜 수형생활에서 마치고 나온 자의 소행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원배 경찰청 범죄수사관은 "대낮에 범행이 이뤄진 만큼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예상 이동경로를 중심으로 주변 탐문에 더 치중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서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 범죄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강도를 목적으로 해 범행 수법상 다른 실종사건과 연관성이 낮아 보이지만 범인이 생계 유지가 어려워져 금전을 노렸을 수 있는 만큼 동일범의 소행이란 의심을 접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군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