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1명은 두통이나 안구건조증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난방병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9.3%는 이로 인해 조퇴나 결근을 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여름 냉방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울철 실내 난방으로 인한 ‘난방병’도 있는 것이다. 난방병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꽉 막힌 사무실, 꽉 막힌 건강

    직장인이라면 하루의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추운 날씨를 핑계로 환기는커녕 문을 꼭꼭 닫고 지내기 일쑤. 특히 중앙집중식 난방을 하는 대다수 건물 창문은 온 종일 열리는 법이 거의 없게 마련이다. 난방을 하는 건물 내 사무실에 오래 있다 보면 왠지 머리가 무겁고 목과 눈이 따끔거리면서 괜히 불쾌감이 들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병은 아닌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없이 컨디션이 나쁜 이런 현상은 도심 속 빌딩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바로 ‘난방병’이다. 난방병은 밀폐된 공간에 난방을 지나치게 많이 할 경우 두통, 피부건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여름철 냉방병과 비교해 이르는 말이다.

    ◆난방병, 밀폐건물증후군의 일종

    난방병은 겨울철 과도한 난방과 건조한 실내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밀폐건물증후군’의 일종이다. ‘밀폐건물증후군'은 환경요인에 의한 산업병의 일종으로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함으로써 생기는 여러 증상을 통칭하는 것이다. 그 양상은 두통과 눈·코·입 자극, 피부 발적, 현기증 등으로 나타나며 작업능률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되며 정신적 피로를 일으킨다.

    ◆밀폐된 실내, 환기 제대로 안 되고 산소 부족
     
    현대식 건물은 대부분 중앙환기식으로 돼 있어 공기순환이 잘 되지 않아 산소가 부족하고 실내공기가 오염되기 쉬운데 밀폐건물증후군은 이런 건축구조를 가진 최신 건물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통은 맑은 공기를 쐬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간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간혹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질환이나 만성질환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또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사무실 뿐 아니라 아파트와 지하철, 자동차 안 등 현대인이 하루 중 80% 이상을 실내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어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창문을 통한 규칙적인 환기라든가 중앙식 환기 강화, 금연구역 확대 등이 효과적 방법이다. 채광이나 온도(섭씨 16~20도)와 습도(40~60%), 환기와 공기정화 등 근무환경을 최대한 자연환경에 가깝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완벽한 실내환경을 갖추기 어려운 여건에서는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 적당한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실내 구석구석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를 자주해야 한다. 잠깐씩이라도 바깥바람을 쐬면서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으며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는 “밀폐건물증후군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같은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위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을 때 우선 직장환경에 문제가 있지않은지 의심해보는 게 급선무”라며 “일단 밀폐건물증후군으로 판정되면, 원인이 되는 실내공기를 배출시키는 등 속히 실내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