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여야간 합의가 중요하다. 협의가 안돼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자신의 지난 2일 의원총회 발언을 소개한 조선일보 보도를 “내 말 취지와 다르게 전달됐다. 협의처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고 분명히 밝히면서 “여야간 합의를 통한 해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이 지켜지는 것”이라고 못박고 “민주당이 강제로 의회를 점거한 (이러한) 상황은 헌법을 무시한 것으로 이런 상황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협상을 책임진 양당 원내대표는 계속 대화를 해야 하지만 의회 민주주의 원칙은 대화를 충분히 한 뒤에 그래도 합의가 안되면 다수결에 의해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측은 한나라당, 민주당 원내대표들의 ‘가합의안’ 내용을 겨냥해 “무조건 타협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한나라당이 꼭 처리해야 하는 법은 어느 정도 협의를 했으면 다수결을 통해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 정 최고위원의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매우 중요한 대목이 있다. 소위 대권을 꿈꾸는 정치 지도자는 의회주의에 대한 분명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는 말뜻이다. 민주주의 원칙인 다수결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정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대선주자라고 일컬어지는 한나라당의 'VIP'들이 의회폭도화한 민주당 폭거를 보고도 입을 꼭 다물고 이상한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X물이 튀어 자신의 4년 뒤 대선가도에 자칫하면 큰 계산착오가 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 표정 관리, 표 관리를 위한 기나긴 침묵을 지켰을 것이다.

    세계역사상 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전기톱, 줄톱, 해머, 인간 쇠사슬띠로 의회폭력을 휘두른 민주당 사태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파괴행위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광경을 목도한 대선예비주자로 회자되는 한나라당 속칭 VIP어른들 중 정 최고위원 외에 누가 딱 부러지게 눈치보지 않고 의회주의의 원칙인 다수결 원칙과 헌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한 신념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분이 있었던가. 이래가지고 한나라당이 다음번에 정권을 제대로 가져올 수 있을는지 자못 의문스럽다.

    <정몽준 “더 이상 대화에만 매달릴 때 아니다”>는 조선닷컴 머리기사가 왜 나와야만 했는지 여타 대선예비주자들은 음미해 보아야 한다. 사태가 긴급할 때는 이상하리만치 눈치나 보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사태가 다 종결될 때쯤에서 제법 무엇이나 된 것처럼 침묵을 깨는 것은 진정한 지도자의 용기가 아니다. 우리 국민은 ‘되는 것은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눈치빠른 사이비지도자를 가려낼 수 있는 혜안이 있음을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 나리들께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정신 좀 차려라. 적어도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인이라면 잇속에만 밝은 기회주의자가 돼선 안된다. 누구처럼 양비론자나 양시론자도 안된다. 정치철학과 소신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 그 막강한 권력을 누구를 향해 어떻게 다스려보겠다는 뜻인가. 남들이 고생하고 난 뒤에서 이삭줍기나 해서 유리한 고지를 유지하려거나 점령하려 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얌체족에 불과하다. 적어도 대통령 되려는 꿈이 있는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라고 자칭, 타칭하는 사람은 의회주의의 원칙에 대해 강한 신념을 소유해야 하며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용기있는 정치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위기에서 용기있는 모습이 확연히 나타나게 마련이다. 침묵만으로 반사이익을 위기 중에 누리려는 자는 큰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의회민주주의가 파괴당하는 위기 만큼 민주국가의 가장 큰 위기가 또 어디 있는가.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