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16일(미국 현지시간) "김정일이 현재 후계자를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는 누가 후계자가 되든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이후 북한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후계자를 정하는 문제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일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질문에는 "김정일의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북한 내부의 변화는 아직까지 크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그에 대비할 준비를 충분히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북한의 앞으로의 변화 자체를 굉장히 주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은 미국을 위시한 동맹국과도 잘 협의를 해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통행을 차단,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도발한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북한이 장기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정권교체 과정을 이용해 북한이 몇가지 액션을 취하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 대한민국과 잘 협의하면 효과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자와 김정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직접 만나서 핵을 해결할 수 있다면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6자회담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전제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당선자와의 관계 설정과 관련, 이 대통령은 "특히 (오바마 당선자가) 변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미국이 변화가 필요할 때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왔다는 데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나 자신도 대통령 선거때 한국의 변화를 이야기했지만 미국의 변화가 세계 다른 나라에도 매우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자가 당선 직후 전화를 걸어 가진 통화를 언급하며 "전화를 통해 느낀 소감은 상대를 이해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를 이해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미래 한국과의 관계, 아시아와의 관계, 또 세계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문제에 있어서 오바마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하는 과정이나 성장과정에 관심을 가져 알고 있고 내 자신이 성장한 과정과 유사성이 있어서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만약 오바마 당선자가 세계 지도자로서 충고를 해달라면 어떻게 답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동안 미국 리더십이 손상당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너무 하드 파워를 외교에 활용했기때문"이라며 "오바마 당선자가 취임하면 소프트 파워를 갖고 세계 모든 외교상에 나오게 되면 오히려 더 큰 힘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 시대에 상당히 필요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며 오바마 당선자를 높이 평가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앞두고 예상되는 미국 자동차산업계의 반발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미국민들에게 아주 대표적인 산업이고 미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정신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이 보호를 잘못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위배되며 미국이 그렇게 (보호)하면 다른 나라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산업이 살아나는 것을 원하고 또 살아나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지원하는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은 미국 정부가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G20 금융정상회의 성과를 "역사상 처음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이 모인 회의로 활발한 분위기였다"며 "선진국 대표들도 발언 했지만 특히 신흥국 정상들이 활발하게 발언하고 서로 잘 의견이 일치된 특별한 모임이었다"고 정리했다.

    CNN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모닝(American Morning)'이 한국 현직 대통령을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 인터뷰는 G20 금융정상회의 참가국 정상 중 유일하게 이 대통령에게 CNN이 공식 요청하면서 이뤄졌으며, 미국 전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