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이나 ‘남대문’은 수화로 어떻게 나타내요?”
    “’도토리’는 어떻게 표현하죠?”

    호기심 많은 시청자들의 질문이 올라올 때마다 진행자들의 손놀림은 미리 보조를 맞춘 듯 척척 움직인다. 이곳은 수화교육 시설이나 공개방송 스튜디오가 아니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국 씨박스(www.seebox.com)의 수화방송 프로그램인 '지아선생님의 사랑의 수화를 나눠요'(사진·이하 수화방송)가 진행 중인 스튜디오 현장이다.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 ‘청음회관’과 공동 기획하는 '수화방송'은 청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로 제작됐다. 매주 토요일 저녁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수화방송은 씨박스 라이브방송(http://live.seebox.com/studio.sb)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수화 공부, 수화 노래,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 애청자를 위한 감사 이벤트 순으로 진행된다.

    수화 공부 시간에는 일상 회화표현 외에도 올림픽처럼 최근 시사와 관련된 단어나 구직을 위한 면접 표현 등 실용적인 내용을 다룬다. 시청자들은 방송 중에도 실시간 채팅으로 진행자에게 궁금한 수화표현을 직접 질문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또 수화방송 동영상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올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수화로 시연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다. 한 네티즌은 수화공연을 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되었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장애를 딛고 꿈을 이룬 청각장애인을 직접 초청해 장애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고통, 극복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시간도 마련해 감동을 선사한다. 방송에 초청된 청각장애 2급(두 귀의 청력손실이 각각 90데시벨 이상. 가장 높은 장애 등급)의 한 제빵사는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나처럼 열심히 일할 수 있다”며 청각장애를 지닌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방송은 생중계로 진행되지만 동영상 홈페이지를 통해 재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으며 방송 전체 분량 이외에도 코너별로 나눠져 있어 회화나 노래 등 자신이 원하는 자료만 찾아 볼 수 있다.

    본 방송의 진행자인 청음회관 사회복지사 ‘지아선생님(오현정, 36)’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는 수화방송을 통해 청각장애인을 후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박스는 이 방송을 통해 청음회관에 청각장애 후원금 100만원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