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정치가 늘 마지막에 가서 타결되는 게 습관이 돼있다"는 지난 18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지적대로 20일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해양수산부 존치 주장을 철회함으로써 양당은 극적으로 정부조직법 개편안 합의를 도출했다. 지난달 21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인수위원회의 개편안을 당론으로 대표 발의한 이후 꼭 한달 만이다.

    지난달 16일 인수위가 현행 18부 4처에서 13부 2처로 축소하는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통민당(과거 대통합민주신당)과 손학규 대표는 통일부, 여성가족부, 해수부 등의 존치를 순차적으로 주장하면서 한나라당과 처리 지연에 따른 책임공방을 벌여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측과 한나라당은 "국민은 알고 있다"며 찬성여론을 등에 업고 한발 물러서지 않았다.

    풀리지않을 것처럼 보였던 양당의 대치정국이 막판 타결짓게 된 데는 역시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가장 큰 압박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역대 최다표차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파행으로 이끈 책임이 어느 쪽으로 기울든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달 간의 공방에서 여야 모두 적지 않은 득실을 가져왔다. 이 당선자측은 '정치력 부재' '정무기능 혼선' 등의 이름으로 새 정부의 안정적 출범 책임을 진 당사자로서 비판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이 당선자는 취임 전부터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이미지를 보여 집권 내내 공격의 여지를 남기게 됐다. 당초 장관 수를 대폭 줄인 '13부'안에서 통민당에 밀려 결국 '15부'로 재조정,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기본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소수당의 설움'을 충분히 느꼈을 시간이었다. 통민당의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한나라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다수당의 횡포' '소수당의 비애'라는 말이 수시로 터져나왔다.

    통민당과 손 대표는 최근 지방, 특히 항구도시를 돌며 '철떡같이' 약속했던 해수부 존치 주장이 결국 총선전략의 일환이었다는 비난여론에 직면하게 됐다. 손 대표가 찾아가 '해수부를 남기겠다'고 공언한 부산과 여수가 4월 총선에서 통민당이 그나마 공략해볼만한 지역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시각이다.  손 대표와 함께 지난 16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열린 '해수부 폐지 저지 시위'에서 참석했던 한 수산업관계자는 "그 사람 움직임은 정치적 제스쳐였을 뿐이란 걸 알고 있었다. 평소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게 아니지 않느냐"며 별 의미를 두지않았다.

    또 한나라당을 탈당한 전력을 가진 손 대표로서는 야당 대표로 거듭난 뒤 첫 정치적 행보가 새 정부 출범 발목잡기였다는 점도 부담으로 남게 됐다. 한나라당은 절대적인 국민 지지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해보기도 전에 '탄핵'하는 것이라며 손 대표를 비판했다. 국정공백이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볼모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 마련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했다는 한나라당의 공격도 손 대표를 겨냥해있다.

    반면 손 대표는 이 당선자와 대결구도를 형성함으로서 '강한' 야당 지도자의 인상을 얻었으며, 분명한 대립각을 통해 호남당으로 전락할 뻔한 통민당 지지세력의 결집이라는 수확을 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정부조직법 개편안 타결까지 양당의 정치적 득실은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확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