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 사설 '이명박 강재섭 손학규 FTA 공동성명 내라 '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 14일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능하면 2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다만 당 농촌 의원들에게 총선을 앞두고 어려움을 감당하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이념적·정치적 소신으로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입장을 바꾸라고 하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 의원들을 설득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한미 FTA 문제로 지금 애가 닳아야 할 사람들은 손 대표가 아니라 이명박 당선자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다. 이번에 FTA가 비준되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 후에 큰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도 이 문제는 시급하다.

    그런데도 당선자와 강 대표는 "FTA가 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말만 해왔다. 몸을 던져 국론(國論)을 일으키려 하지도 않았고, 의원들을 이끌어 당론을 결집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당선자 측과 한나라당은 미 의회가 FTA 비준 동의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문제에 대해서도 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신당은 이를 구실로 "새 정부가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결국 당선자와 강 대표는 옛 여당, 곧 야당이 될 신당이 힘든 일을 대신 해주길 바라면서 총선 표 계산만 하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제 곧 야당이 될 손 대표가 한미 FTA 비준 동의의 깃발을 들고 나선다 해도 당내 반대 의원들과 당 지지 세력들의 반발에 부닥칠 것은 뻔한 일이다. 2월 내 FTA 비준 동의가 정말로 손 대표의 소신이라면 지금은 고민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다. 당장 2월 국회 회기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한미 FTA는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이 끝도 맺는 게 당연하지만 노 대통령에겐 그런 의무감 자체가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 결국 당선자와 강 대표, 손 대표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세 사람이 농촌 등 FTA 피해 분야에 대한 대책에 의견을 모으고 반대 의원과 반대 세력을 함께 설득해야 한다. 함께 대국민 성명도 발표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국민도 정말 모처럼 수많은 '정치인' 무리 가운데서 세 '정치 지도자'를 새로 찾아내는 기쁨을 덤으로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