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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표는 13일 자신이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정한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향해 불만을 쏟았다. 오전 회의에서 좀처럼 5분을 넘기지 않던 손 대표의 발언시간은 무려 16분이었다.
손 대표는 이 시간을 이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에 할애했다. 주제는 역시 최대쟁점인 정부조직 개편안이었다. 손 대표는 자당이 요구하는 존치 부처의 필요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당위성을 설파했다. 특히 손 대표는 신당의 양보를 요구하는 일부 언론의 사설과 4·9총선 역풍을 우려해 한발 물러설 것을 촉구하는 자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손 대표의 불만 전날 이 당선자와 12분간 통화한 뒤 더 격화됐다. 손 대표는 이 당선자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격분한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 손 대표는 "우리당과 내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정략적으로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정략적·정치적 공세"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명박 신정부는 우리가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이 정부조직법의 골간을 흔드는 것인 양 과장하고 있다"면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가 부처 몇 개에 달려있는 양 호도하는 것"이라도 했다. 세 부처의 존치 필요성을 설명한 뒤 손 대표는 전날 인수위가 이 당선자와 자신의 회동계획을 언론에 알린데 대한 불만을 쏟았다.
손 대표는 "어제의 경우 이 당선자 측에서 나에 대한 아무런 면담계획 없이 언론을 통해 면담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면서 "당선자가 나에게 전화한 것이 마치 내가 만나주지 않아 전화를 했다고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화통화도 진지한 것이었다면 후속대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내부논의부터 했어야 했다"며 "(내가) 통화말미에 이 당선자에게 '전화로 할 게 아니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실무자를 통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자'고 했지만 (이 당선자는) 후속조치 없이 대변인을 통해 (나를) 설득했다고 일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이는 대중 영합주의에 불과하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이런 여론몰이가 개편안 처리의 기본태도가 된다면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4·9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 손 대표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에 대한 부담은 솔직히 우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아무리 중요한 명분이 있다고 해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모든 언론이 사설을 통해 '새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았는데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고 우리당 소속 의원들도 총선에 미칠 영향에 우려가 많다"면서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정부가 아무리 압도적 지지를 받고 선출됐다 하더라도 가장 큰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통과시켜줘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도 잘 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