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일이 없으니 별 수가 있나요" 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현역의원들에게 4월 총선 대비상황을 물어보면 공통된 고민이 나온다. 현재 인수위에는 김형오 부위원장을 비롯, 맹형규(기획총괄) 박형준(기획조정) 박진(외교통일안보) 최경환(경제2) 이주호(사회교육문화) 박재완(정부혁신·규제개혁 태스크포스팀)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포진해있다.

    인수위 참여 의원들은 4월 총선이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빡빡한 인수위 일정으로 발 뺄 틈이 없다. 이들 보좌진은 "지역이 제일 걱정"이라고 입 모으면서도 "그렇다고 인수위 활동에 소홀할 수 없지 않느냐"며 고충을 토로한다. 특히 새롭게 지역구를 선택, 표밭일구기에 당장 나서야할 비례대표 의원인 경우 이같은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진수희 의원은 서울 성동갑을, 이주호 의원은 대구 중남을 노리고 있다.

    서울 성동갑 진출한 진수희, 인수위 일정 끝난 후에야 짬내 지역 둘러봐
    '교육통' 이주호 "대구 중남 사무실냈지만 올해 한번도 못가볼 정도"

    경선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홍일점'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진수희 의원은 최근 성동갑지역에 사무실을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총선 채비에 나섰다. 진 의원은 바쁜 인수위활동으로 예비후보 등록도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진 의원측 관계자는 "오전 7시 30분 시작하는 간사단 회의를 준비하려면 훨씬 이전에 출근해야한다"며 "지역은 인수위 하루 일정이 끝난 후 저녁에 잠시 들러보는 수준"이라고 사정을 털어놨다.

    'MB 교육정책'을 주도한 이주호 의원은 지난해 말 대구 사무실을 개소했지만, 새해들어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보좌관이 이 의원을 대신해 대구에 상주하면서 지역상황을 챙기고 있지만 아쉬움이 많다. 이 의원측 관계자는 "이 의원은 토요일, 일요일도 인수위로 출근해야하기때문에 지역 행사 참석은 커녕, 방문해서 명함도 못돌리는 상황"이라며 "예비후보 등록은 지난 주 마쳤지만, 사무실에 사진 내건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사정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인수위에 지장을 주면 안되지 않느냐"면서 "이 의원이 인수위 활동 열심히 하는 게 선거운동인 셈"이라고 위안삼았다.

    지역구 의원도 지역일정을 뒤로 미루기는 마찬가지. 인수위 사무실이 위치한 종로 삼청동이 지역구인 박진 의원은 '자기 지역구'로 매일 출퇴근 하는 셈이지만, 타 의원들이 처한 사정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개인일정은 거의 잡지 못한 채 인수위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게 보좌진의 전언이다. 오전 간사단회의부터 분과별회의, 전문위원이나 자문위원단 회의 등 직접 챙겨야할 회의만 하루 수차례다.

    부산 수영의 박형준 의원은 인수위 구내식당에서 인수위원들과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허다하다. 박 의원측 관계자는 "한창 보고할 내용이 많을 때에는 삼청동(인수위)과 통의동(이 당선자 집무실)을 하루 10여차례 왕복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행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지만 반드시 참석해야할 일정인 경우 반나절을 이용해 후딱 다녀오기도 한다"면서 "KTX 막차는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고 전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인수위에 참여한 현역의원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워크홀릭(work-holic, 일에 중독된 사람)'"이라며 "이 당선자와 코드가 잘 맞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또 "자타가 인정하는 분야별 전문가이면서도 입법부 상황을 잘 알다보니 인수위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평하면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가적 대사에 매진하는 반면 미진할 수밖에 없는 지역활동이 정치인으로서는 부담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