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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민생행보가 과거 당선자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선 이후 나타난 양측 팬클럽의 움직임도 대조를 이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 대통령 당선 직후 스스로 높이 평가하면서 정치전면에 나섰던 노사모에 비해, 이 당선자측 MB연대는 차분히 봉사활동에 전념하며 낮은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노사모는 2002년 12월 19일 이후 친노매체를 통해 승자의 팡파레를 부르며 한동안 광란의 분위기를 몰아갔으며, 당시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정치현안에도 개입했다. 특히 2003년 1월 광주에서 개최된 민주당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노사모와 민주당원이 한 대표 사퇴를 두고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해 1월 11일 당선자 신분으로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노사모 회원 150여명과 성대한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대형사고를 쳤다. 여러분은 나와 함께 사고를 친 공범이니, 앞으로도 공범으로서 그 책임을 같이 나눠야 할 것"이라며 존폐논란에 놓였던 노사모를 부추겼다.
노 대통령은 이후에도 여러 언론을 통해 "노사모는 참여민주주의의 화려한 꽃"이라거나 "제 2, 3, 4의 노무현을 한번 다시 찾아내 달라. 정치는 부득이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며 노사모를 치켜세우면서 정치참여를 독려했다.
노사모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은 노 정권 출범 후 청와대에 자리를 얻거나 여권에서 한 세력을 형성하며 존재해왔다. 노사모 대표를 지낸 노혜경씨는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냈으며, 이 모임 출신 이상호씨는 열린당 청년위원장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출신 명계남은 국민참여1219 등 단체를 이끌며 외부에서 세력을 구축해오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친노모임'인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을 주도했다. 참평포럼에는 청와대 대변인출신 윤태영 김만수를 비롯, 안희정 이기명 등도 참여했다. 때문에 친노세력이 주축이 된 '노무현 당' 출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이 당선자 경우는 달랐다. 이 당선자는 구랍 19일 당선이 확정된 직후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서울 청계광장에서 MB연대를 비롯한 지지세력들이 마련한 자리에서 약 10여분간 머물며 "감사하다"고 인사했을 뿐 팬클럽과 별다른 행사를 갖지 않았다. 곧바로 재계를 접촉, '경제대통령' 행보를 시작했으며 인수위 구성에도 잰걸음을 보였다. 당시 MB연대 관계자들은 "당선자께서 이제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을 텐데, 우리까지 신경쓰이게 해서되겠나"고 했다.
MB연대는 지난 연말 충남 태안앞바다 유류유출사고 현장에 달려가 봉사활동을 벌였다. 정치적 행위는 일체 없었다. MB연대는 기후악화로 인한 안전사고 등을 우려한 태안군청의 요청으로 봉사활동을 잠시 거뒀다가 연초부터 다시 개별적인 기름제거활동을 재개했다. MB연대 대표였던 박명환 변호사는 대선 직후 "이제 본업으로 돌아간다"는 말만 남긴 채, 현업에 주력하면서 외부활동을 벌이고 있다.
엄재성 MB연대 사무국장은 "요즘 조직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있는 상황이며, 봉사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 당선자측에) 부담주기 싫어 돛을 내리고 항구에 정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덕문 신임 대표 역시 '당분간 절대 나서지말라' '이 당선자에게 누가 되선 안된다'고 당부했다"고 전하면서 "각종 행사도 자체적으로, 지역별로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