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흥행열풍을 잇고 있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을 관람한다. 이 당선자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밤늦게 귀가한 후 케이블 영화채널을 켜놓고 종종 잠이 들기도 하는 '영화광'으로 알려져있다. 이 당선자 스스로 당선 직후 '하루 중 가장 행복할 때'를 묻는 질문에 "늦은 시간 케이블 TV로 영화를 볼 때"라고 답할 정도.

    이 당선자는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우생순'을 관람한다고 주호영 대변인은 밝혔다. 이 당선자는 관람 후 주연배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조은지 등을 직접 만나고 작품 및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대화도 나눌 계획이다.

    '우생순'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핸드볼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으며 지난 10일 개봉, 일주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 아줌마 부대'가 나서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올림픽 결승전까지 올라 최고의 명승부를 펼치는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 감동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주 대변인은 "갖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아름다운 투혼을 느끼려한다"며 '우생순'을 관람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많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영화인 '우생순'을 통해 이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투혼을 일깨우기 위해 우리측에서 일정을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측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함께 영화를 관람할 예정이다.

    이 당선자의 영화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지난해 10월 4일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개막작인 중국영화 '집결호'를 관람했다. 이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영화제를 찾았지만 일정을 이유로 금새 자리를 뜬 것과 대조를 이뤘다. 턱시도까지 갖추고 개막작을 끝까지 지켜본 이 당선자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처럼 이 당선자의 '일반적인' 정치인과는 다른 문화예술적 관심이 눈길을 끈다. 열기를 뿜던 대선레이스 도중 정치인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기 위해 앞다퉈 상영관을 찾을 때, 이 당선자는 퇴직한 샐러리맨의 잔잔한 감동을 전한 '브라보 마이라이프'를 관람했다. 지난해 초에는 평소 친분이 있는 김수미 김을동 여운계 등이 출연한 '마파도2'를 봤다. '정치색'과는 무관한 내용의 영화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영화를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유명하지만, '코드'에 집착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 대통령은 2002년 9월 대선 당시 자신을 지지하던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를 관람했으며, 이 감독은 노 대통령 취임 후 첫 문화관광부 장관 자리까지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