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18일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을 차례로 방문,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 등 국정 전반에 협조를 요청했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은 서울 동여의도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 전날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노동당 심상정 대표를 만난 데 이어 직접 현안 타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새 정부 첫 국무총리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중당 심대평 대표와의 만남이 주목됐다. 이 당선자는 국중당이 이회창씨 신당과 합당을 준비하는 상황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당선자와 심 대표는 노무현 정권 하에서 서울시장과 충남지사로 당선돼 시정과 도정을 이끈 인연이 있다.

    이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야당이라고 무조건 반대하고 물고 늘어지고 반대를 위한 반대, 그리고 여당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해서도 안된다"며 "행정부는 여야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해나가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심 대표가 "시비거는 형태로 정치하는 데 아주 반대한다. 그렇게 안할 것"이라고 다짐하자 이 당선자는 "나도 그런 게 싫어서 모든 당에 다니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또 "정치전략, 당리당략적으로 할 이유가 내 경우에는 없다. 나라 잘되는 쪽으로 가는 거지 무슨 당에 큰 도움이 되고 하는 개념이 아예 나는 없다. 여야든 나라 잘 되는 쪽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심 대표는 "초심이 끝까지 가길 바란다"며 "이 당선자가 마음을 열어놓으면 정치적으로 당을 달리 해도 다들 마음을 열 것"이라고 보조를 같이 했다.

    이 당선자는 "창당 준비가 잘 되고 있느냐"며 이회창씨의 자유신당에 관심을 표했고, 심 대표는 "예정대로라면 2월 1일에 저쪽(이회창씨측) 창당대회를 하는 것으로 돼있다"고 답했다. 이 당선자는 심 대표의 말을 받아 "(창당은) 따로 하고 나중에 합당하는 형식이냐. 선거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 당선자는 "국중당이 이름이 좋으니 유지하시라"고 덕담했고, 심 대표는 "유지가 됐으면 좋겠는데 그게 지금 잘 안가고 있다"면서 "이름이 중요한 몫을 하지만 국중당하면 충청도당 해서 같이 하기 쉽지않을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충청중심당이 아니지않느냐"며 "일이야 국민전체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니까 창당도 잘되고 좋은 정치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앞으로 잘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당선자는 또 "좋은 인사를 추천하라. 당이 달라도 관계없다"면서 "난 지역 개념은 없는 사람이니 내 주위에 호남 사람도 많고 충청 사람도 많다. 지역적인 것(편견)은 전혀 안 갖고 있다"고 전했고, 심 대표는 "특정인을 찍어서 보면 지역 출신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늘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약간의 안배가…(필요하다)"고 답했다.

    심 대표는 이 당선자가 강조하는 실용주의를 언급하면서 "창조적 실용주의가 국중당의 창당 정신이다. 세가 적어 창당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지만 이 당선자가 그렇게 만들어줘 대리만족하고 있다"고 강한 교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자는 "마침 대통합민주신당에도 손학규 대표가 돼서 시·도지사 해본 사람이, 이야기가 잘통하고 비슷한 생각을…(한다)"고 심 대표의 협조를 기대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세를 갖고 하는 정치는 과거 정치"라면서 "(세가) 적으면 적은 대로 좋은 변화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국민에게 보이는(지지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정부조직(개편)은 완전히 기능 위주다. 흩어진 기능을 모으는 것으로 했다"며 국회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옛날 통폐합 하면서 억지로 줄이는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완전히 기능을 모아 어떤 업무도 한군데만 가면 일을 볼 수 있게 하고 규제를 많이 없애버리면 정부가 해야할 역할은 많이 없어진다. 이번에는 대폭 실질적으로 (조정)해 정부가 해야할 것은 철저히 하고 안할 것은 손 놓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아주 흡족하게 개혁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앞서 이 당선자는 민주당사를 찾아 박상천 대표 등 지도부와 환담했다. 이 당선자는 "과거는 통일부와 북측 통일전선부 등이 밀실에서 얘기할 것이 많았지만 이제 밀실에서 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외교통일부 신설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통일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시대가 아니냐"며 "통일 준비를 통일부 혼자서 만들 수 없고, 모든 부서가 서로 협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