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의원이 16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을 탈당했다. '유연한 진보정당' 창당 의사를 밝혔지만 유 의원은 4월 총선 전 신당 창당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그래서 4월 총선은 무소속으로 나설 계획이고 이미 밝힌 것처럼 대구(수성구을)에서 출마하겠다고 거듭 알렸다.

    "당을 떠나며 이렇다 저렇다 가치평가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했지만 유 의원은 "통합신당은 노선 경쟁을 할 정상적 의사결정 구조가 존재하지 않고 당원 범위가 확정돼 있지 않아 대의원도 선출할 수 없다. 전당대회를 열어 노선 경쟁을 하면 당이 파열될 수밖에 없어 아무리 노선 경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고 '이런 것이 교정될 수 있는가' 하고 물어보면 '불가능하다'는 게 내 판단"이라며 탈당배경을 설명했다.

    유 의원은 "지금 통합신당은 어떤 지향을 가진 정당인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인지, 어떤 민주적 의사에 의해 운영되는지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탈당했을 것"이라도 주장했다. 또 "무엇인가에 반대하려고 정당을 만드는 것은 그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한나라당 전선 형성을 위해 대선 전 급조한 통합신당을 비판한 것인데 유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분열해서는 안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함께 왔다"면서 통합신당 합류를 해명했다.

    유 의원은 "통합신당이 반한나라당 연합을 만들어 상당 부분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공포감을 조장한 측면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유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달리 사랑을 줄 정당을 찾지 못하는 많은 국민을 위해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싶다"면서 "경직되고 낡고 독선적인 진보 정당이 아니라, 정체성이 모호해 어떤 정치세력도 대변하지 못하는 중도 정당이 아니라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유연한 진보 정당을 만들고 싶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당 창당에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유 의원은 전망했다. 일단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향후 통합신당을 이탈할 일부 친노 성향 의원들과 창당을 준비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 의원은 "이런 계획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통합신당 내에는 그리 많지 않다. 솔직히 말해 아주 적다"고 털어놓고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신당을 총선 전에 만들자든가, 몇년도까지 만들자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 "이번 총선이 끝나면 2년 후 지방선거가 있고 그 2년 뒤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6개월 뒤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정당을 아래에서부터 민주적으로 만들 좋은 사이클이다"고 말한 뒤 "이번 총선에서 그 계획을 국민에 말해 평가받고 총선 끝난 뒤 충분히 준비해 5년이 걸려 신당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친노 신당을 추진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퇴임하는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당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런 도식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신당 합류여부에 대해서도 "퇴임하는 대통령이 같이 하겠습니까. 편히 쉬겠지…"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 탈당 및 신당 창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노 대통령이 탈당이나 또다른 신당 창당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노 대통령 참모들과의 전화 통화로 여러 차례 확인했다. (노 대통령이) 그런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 전의 대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한 뒤 "내 판단은 좀 다르고 이제는 나도 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할 때가 왔고 이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