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대선이 BBK 문제로 막판까지 소용돌이 치고 있다. 대선을 사흘 앞두고 난 데 없이 이명박 후보의 ‘광운공대 특강’ 비디오가 튀어나오는가 하면 국회에서는 ‘BBK 특검법안’ 처리를 놓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육탄전이 며칠 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에게 “재수사 지휘권 발동 검토”를 지시했다는 뉴스가 터지고 이렇게 되자 이명박 후보가 ‘BBK 특검법안’ 수용 결단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이 대선 정국의 이 같은 막판 소용돌이에 당혹감과 곤혹감을 느끼고 있다. 필자에게도 주변의 꽤 많은 분들이 부지런하게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 한결 같은 이야기는 “도대체 어찌 돌아가는 것이냐?”는 것이다. “판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당혹감과 곤혹감을 느끼는 것은 필자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서 상담(?)해 오는 분들에게 돌려 드리는 필자의 반응은 한 가지다. “본말을 전도하지 말자”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근본’이고 무엇이 ‘말단’이냐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근본’은 어떠한 상황 하에서도 ‘정권교체’를 실현시켜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은 오직 한 가지다. 그것은 ‘정권교체’의 대상으로 ‘퇴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정치세력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 절체절명의 명제 때문에 이번 대선의 경우 많은 유권자들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누구의 당선을 저지하는 것”이 ‘근본’이고 “누구를 당선시키는 것”은 ‘말단’이 되어 버린 것이다.

    17일 조간 신문들은 15일 저녁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가 지방에서의 유세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급거 귀경하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자택을 찾아갔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전후의 사정으로 보면 이회창 후보가 박근혜 씨를 만나려 했던 이유는 알 듯 하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광운공대 특강’ 비디오 소식을 듣고 그것을 이유로 박근혜 씨의 ‘이명박 후보 지지 철회’를 호소할 목적으로 박근혜 씨 면담을 시도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회창 씨의 이 같은 시도는 불발탄이 되었다. 박근혜 씨가 그의 자택으로 찾아 온 이회창 후보를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대선 정국에서 흔들림이 없이 정도를 고수하는 박근혜 씨의 현명한 처신을 돋보이게 만든 또 하나의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

    이회창 후보의 박근혜 씨 방문 시도는 이 역시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다. 만의 하나, 이 방문 시도가 성사되어서 박근혜 씨에 대한 이회창 후보의 설득이 주효했더라면 그 결과는 치명적인 오발탄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그로 인한 결과는 최악일 것이었음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 결과는 이회창 후보의 승리가 아니라 그와 이명박 후보의 공도동망을 초래하여 이번 대선을 통해 ‘퇴출’되어야 할 정치세력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 주는 역효과를 발생시키게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이번 대선에 관하여 이회창 후보는 더 늦기 전에 남가일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선거법이 허용하는 최종 시한인 12월12일 시점에서의 여러 여론조사 결과의 지지율은 대체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45% 전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15% 전후,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12% 전후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같은 상태에서 이회창 후보가, 만의 하나, 대선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명박 후보 지지자 중 최소한 25% 정도가 빠져서 이회창 후보 지지 쪽으로 입장을 바꿀 뿐 아니라 실제로 투표장에 나가서 그렇게 투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 같은 표심의 대이동을 기대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 하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승자가 될 현실적인 가능성은 없다. 그가 하게 될 역할이 있다면 엉뚱하게도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당선에 도움이 되어주는 것뿐인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믿어지지 않는 그 같은 일이 현실적으로는 일어날 수 있다는 사례를 이장춘 전 대사의 최근의 돌출행동에서 발견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명박 후보가 문제의 ‘BBK 특검’을 수용한다는 결단을 내린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이로써 문제의 BBK 의혹과 관련하여 이명박 후보에게 위법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특검’에 의한 ‘재수사’를 통하여 가려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문제의 결론은 ‘특검’에 맡겨 두고 대선은 대선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법원에 의한 확정 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범법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명박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누구도 법원의 확정 판결은커녕 검찰의 기소에도 이르지 않은 채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기꾼의 일방적 주장 때문에 단지 수사의 대상이 되어 있는 단계의 사안과 관련하여 이명박 후보의 후보 자격을 시비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이번 대선에 대한 우리의 상념은 이번 대선의 절대적 시대정신이 ‘정권교체’이라고 믿는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으로 돌아온다. “무엇이 근본이냐”는 것이다. 그들에게 ‘근본’은 여전히 ‘정권교체’일 수밖에 없고 그 밖의 문제들은 ‘말단’이고 ‘지엽’일 수밖에 없다. 투표장 기표소 안에서의 결정은 가장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정권교체’의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물론이고 애매하게 만드는 후보의 선택은 반드시 회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데 이번 대선이 갖는 제한성이 있다. 여기서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헷갈리는 가운데서도 진리는 오직 한 가지다. 문제는 ‘정권교체’다. 그 밖의 모든 다른 문제는 ‘정권교체’를 이룩한 뒤의 문제일 뿐이다. 지난 2년간 여러 언론기관들이 매달 실시한 여론조사를 통해 이번 대선을 ‘정권교체’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불변 부동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 온 60%대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앞으로 남은 사흘 동안 흐트러짐이 없이 외골수로 생각해야 할 명제는 여전히 ‘정권교체’일 뿐이다. 이것이 흔들리면 그 결과는 이 나라의 ‘잃어버린 10년’을 연장시켜 줌으로써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의 자녀들에게 엄청난 불행을 안겨 주게 될 것임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칼럼은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전 명지대 교수)가 쓴 것으로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