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국가든 또는 어느 사회든 믿을만한 심판자, 공정한 심판자, 또는 믿을만한 언론매체가 없다면 그 국가나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언론을 통제하면 자신들에게 득이 될 것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여 언제나 국민을 속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사안도 반드시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언론을 권력자가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권력자는 자신의 진심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단이 없어진다. 모든 것이 거짓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권력을 가진 사람이 검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면 검찰의 수사결과는 아무도 믿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권력자가 정말 억울하게 고발을 당해도 검찰의 수사 결과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므로 그 자신도 억울함을 풀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지금 검찰의 BBK 수사 결과에 대해 통합신당의 정동영이나 무소속의 이회창이 모두 승복할 수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정동영은 “검찰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했다. 검찰이 국민의 상식을 탄핵했다”고 상식 밖의 논리로 촛불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회창도 “결과 발표를 듣고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국민 의혹과 동떨어진 내용같이 생각된다. 국민 의혹을 전혀 풀지 못한 조사결과 발표라고 생각한다”고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회창 캠프의 강삼재는 “반부패 세력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검토하겠다”고까지 망언을 서슴치않았다.

    정동영이 만약에 검찰이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한 것이라고 불복할 것이라면 왜 애당초 이명박 후보를 검찰에 고발하였는지부터 해명하여야 한다. 검찰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 검찰이 옳다고 지지하고 자신의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반대하려고 애당초 작정하였다면 그것은 자가당착이다. 애당초 고발할 때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검찰을 정치를 했다고 공격하는 것은 검찰이 무슨 자신의 지휘를 받고 있는 특공소대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검찰이 국민의 상식을 탄핵한 것이 아니라 정동영이 국민의 상식을 짓밟고 있다.

    이회창 역시 황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회창의 반응은 정동영과 동일하다. 이회창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국민의 의혹과 동떨어진 내용인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국민의 의혹이 곧 정당한 판결인지 묻고 싶다.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검찰이 수사를 한 것이 아닌가?

    나아가 이회창 캠프에서는 반부패세력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검토하겠다고까지 망언을 하였다. 생각하면 ‘부패’란 구호로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쪽은 정동영이 대표하는 친북좌파 세력이다. 이들이 바로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이 차떼기로 불법선거자금을 받은 것을 지칭하여 한나라당을 부패세력이라고 몰았던 것이다. 그 장본인인 이회창 캠프에서 반부패 운운하는 것은 정동영의 이런 선거 전략을 받아들이고 공조하겠다는 것과 같다. 권력에 눈이 멀었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회창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인격이란 것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실감나게 한다. 진정한 인격자라면 자신의 언행을 조심한다. 그러나 이회창은 자신의 말조차 지키지 못하는 소인배가 되었다. 이회창의 인격이 이 정도라면 스스로 사퇴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회창은 고사시킬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에서 1인2표제를 이용하여 전국구 국회의원 몇 명이라도 당선시키겠다는 얄팍한 계산으로 10년만의 정권교체 기회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총선용 대선을 치르는 초라한 이회창은 이제 더 이상 애국보수세력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정동영과 협잡하여 이명박 후보의 표를 갉아먹는 벌레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정동영과 이회창에게 충고하고 싶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항의하려면 먼저 김경준이 사기꾼이 아니라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김경준 구명운동을 벌여야 한다. 사기꾼으로 판명이 난 김경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오직 이명박 후보를 고소하지 않은 검찰만을 탓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김경준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경준의 무죄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검찰을 공격하는 것은 정동영이야말로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회창 역시 범죄자를 두둔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대쪽 이회창의 명성이 쪽박 이회창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김경준에 대한 구명운동을 벌일 수 없다면 검찰을 공격하는 것은 그만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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