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제 찍으면 김대중 된다" 10년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 출마한 이인제 후보를 비난하며 외쳤던 구호다. 2007년 12월 한나라당은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겨냥해 "이회창 찍으면 정동영 찍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불안한 후보론'이 명분을 잃게 돼 이회창 후보의 진로가 막막해졌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5일 검찰 발표 이후 즉각 '이회창 사퇴'를 주장했다. 출마 명분이 사라졌으니 발 붙일 곳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여론조사에서도 BBK의혹을 깨끗하게 해소한 효과가 곧바로 반영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한주 전 같은 조사보다 6.1%P 상승한 45.3%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이회창 후보는 7.1%P 하락한 13.1%로 그나마 2위 자리마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내줬다.

    또 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한 결과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지난달 22~23일 조사 38.5%에 비해 4.1%P 올라 42.6%로 대세몰이에 박차를 가했으며, 반면 이회창 후보는 20.6%에서 13.1%로 7.5%포인트 떨어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6일 선거대책회의에서 이같은 지지율 변화를 언급하며 "국민의 분노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로 바뀌면서 하루만에 지지도가 엄청나게 상승했다"면서 "날이 갈 수록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치주의자를 자처해 왔던 이회창씨가 검찰을 비난한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좌파종식,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요구를 위해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검찰 발표를 비난하며 '반 이명박 연대' 행보를 선택한 데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은 "기가 막히다"는 수준이다. 이회창 후보측이 정동영 권영길,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진영과 함께 광화문에 모여 '반 이명박'을 외치는 모습에 "저런 자격이 있느냐"는 조소와 함께 "어쩌다 저렇게 까지…"라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이회창 후보의 태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주창하던 분이 맞는 지, 대법관을 지낸 분이 맞는 지 의문이 든다"면서 "'스페어(spare, 대용)' 후보를 자처했으나 사유가 사라졌으니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제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세력의 사퇴압력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확히 10년 전 이회창 후보는 경남 김해 유세에서 김대중-김종필, DJP연대를 비판하면서 "자민련과 합치더라도 국회 과반의석에 미달하는 DJ가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곧바로 극도의 혼란과 갈등이 올 수 밖에 없다(1997년 12월 4일)"고 주장했다. 현재 이회창 후보측 국회의원은 한나라당에서 뛰쳐나간 곽성문 김병호 의원 딱 2명이다.

    또 이회창 후보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인제 후보는 민주적 경선을 했음에도 오직 권력을 잡기 위해 당을 나갔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1997년 11월 13일)"고 말했다. 10년이 지나 맞은 11월 이회창 후보는 '민주적 경선'을 한 한나라당을 나가 출마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회창씨가 보수 분열의 대열에 나서면 결국 정동영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 될 것"이라며 "좌파종식,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자 국민적 요구다. 이회창씨는 국민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켜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