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직과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을 전격 사퇴함에 따라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수습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이 최고위원은 측근 진수희 의원을 통해 "당내 화합이 중요하다"며 "이명박 대선후보의 당선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는 당 안팎에서 흔들고 있는 이명박 대선후보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진 의원은 "이씨 출마로 인해 정국상황이 달라졌고 당내화합이 절실하다"며 "이 최고위원이 스스로 걸림돌을 치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경선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 이후 거듭된 직접 사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를 포함한 일부세력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데 대한 마지막 카드를 모두 던진 것이다.

    또 이회창씨의 탈당과 출마선언이 이 최고위원의 결단을 앞당긴 이유가 됐다. 이씨가 대선링에 본격 뛰어듦으로서 보수진영 분열이 우려되는 가운데 당내 갈등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다는 시각이다. 특히 내주로 예정된 대구·경북필승결의대회에 박 전 대표가 불참하거나 협력의지를 나타내지 않을 경우 양측의 갈등은 돌이키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후보측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진퇴를 둘러싸고 강온 대립이 있어왔다. 박 전 대표의 협력을 이끌어내기위해 이 최고위원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원로그룹의 주장과, '파워게임'을 계속 벌이다가는 대선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것이라는 강경주장이 맞서왔다. 이 최고위원 이후 이방호 사무총장 등 이 후보 진영을 차례로 겨냥하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이런 식의 정치적 '딜'은 이 후보의 '탈여의도식 정치'와도 맞지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7일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언행에서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그래서 결국은 당이 화합으로 갈 것"이라고 해 사퇴를 시사했다가, 후에 "특정인을 염두한 것이 아닌 일반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꺼리는 등 고심을 거듭해왔다.

    이 후보측은 이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로 결단을 내림으로써, 박 전 대표측의 불만이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측 핵심관계자는 "이제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요구가 수용됨으로써 더 이상 불만세력으로 남을 명분이 없어졌으며, 미온적 태도를 고수할 경우 '경선승복'을 다짐했던 박 전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측에서는 "박 전 대표의 협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 최고위원도 개인 성명에서 "내가 물러난 만큼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하지 말고, 정치적 이해관계의 전략적 고려없이 이 후보의 당선에 전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의 변에서 "백의종군하겠다"며 박 전 대표의 경선승복 연설 때와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도 박 전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뜻으로 비쳐졌다. '백의종군'을 상기시키며 '이 후보의 당선에 전력을 다하라'는 주문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이 쉽게 불만을 잠재울 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측 한 인사는 이 최고위원의 사퇴에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 측근은 여전히 "이 후보가 진정성있는 화합의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최고위원의 사퇴발표 시점이 적절치 않다는 내부의견도 나왔다. 이 후보가 당 화합을 위해 직접 나서는 모습이 박 전 대표측에 강하게 어필될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 양측을 중재하거나 혹은 정리하는 모양새가 아닌 이 최고위원 독단적 결단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