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총재님께 감히 말씀 올립니다. 총재님께서는 1996년 1월에 한나라당에 입당하셔서 6년 가까이 한나라당의 지도자로 계셨습니다. 당 대표와 총재를 지내셨고, 한나라당 후보로서 대통령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하셨습니다. 그 6년은 ‘한나라당의 이회창’이라기보다는 ‘이회창의 한나라당’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총재님의 시대였습니다.

    총재님의 경륜과 지도력이 출중하셨기 때문에 그런 지위에 계셨겠습니다만, 총재님께서도 한나라당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총재님은 전직 대통령 후보이자 한나라당의 지도자로서 한나라당을 아끼고 사랑하셔야 할 책임이 있는 분입니다. 특히 금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총재님께서 감당하셔야 할 몫이 결코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언론 보도를 보노라면, 총재님께서 혹시 다른 마음을 품고 계신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총재님께서 국민과 당원들의 뜻에 반하는 선택을 하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일부 측근과 지지자들의 과잉 충성에 따라 언론에 그렇게 보도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만에 하나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접는 것이 나라와 당을 위해서나, 총재님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입니다.

    총재님께서 그런 생각을 혹시라도 갖고 계신다면, 아마도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그러나 여권의 그 어떤 악랄한 공격에도 현재의 상황에 변화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비한다는 것 자체가 내부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고, 여권의 의도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총재님께서 이명박 후보를 그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된 분입니다. 또한 지금 우리 국민의 5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국민 후보입니다. 지역·계층·세대를 불문하고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호, 불호를 떠나 이명박 후보는 총재님께서 도와주셔야 할 한나라당의 유일무이한 대안인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에게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총재님께서 채워주고 지도해 주어야 할 부분이지, 그것을 이유로 협조를 거부하거나 출마를 검토할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른바 ‘천만 표’의 후보로서 인간적으로 억울하고 재출마의 유혹을 견뎌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사기꾼과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짜고 친 대국민 사기극으로 승리를 빼앗겼기 때문에 더 더욱 안타까울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사가 인간의 뜻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총재님께서는 운이 없는 것으로 보고, 국가 원로의 한 분으로서 나라를 위해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순리인 것 같습니다. 총재님께서 관심을 갖고 계시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는 것도 보람 아니겠습니까?

    우리 국민들의 다수도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큽니다만, 특히 두 번의 대선에서 패한 한나라당 당원들의 그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정권을 잡아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데 대한 아픔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게임에서 패한 데 대한 회한의 눈물이었습니다. 이제 또 다시 세 번의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총재님께서는 그 많은 당원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책무가 있는 분입니다.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정권 교체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일 아니겠습니까?

    여권은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권 연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통합신당 국회의원들은 정상적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까 이명박 후보에 대한 무차별적인 흑색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치고 있습니다. 그런 열정과 단결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경선 후유증이 아직 치유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대세론에 빠져 있어 그런지 통합의 기운이 약한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재님 같으신 분들이 한나라당의 대동단결을 위해 솔선수범하신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후보의 대통합을 위해 총재님께서 다리 역할을 하실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총재님! 총재님께서는 평생을 법과 원칙을 철학으로 삼아 살아 오셨습니다. 총재님의 평소 이미지에 누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총재님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일부 그릇된 참모들을 멀리 하시고 세상의 옳은 얘기들을 경청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될 기회는 놓쳤습니다만, 역사에 길이 남는 큰 지도자로 우뚝 서시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총재님께서 가셔야 할 길입니다. 총재님의 혜량을 기대합니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