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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소개로 알게 된 건설업자에게서 1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건설업자가 받고 있던 세무조사를 무마시켜 줬을 뿐 아니라 비리 제보자 신원까지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청장에게서 제보자 신원을 알아낸 건설업자는 국세청 세무조사가 흐지부지된 뒤 제보자를 찾아가 5000만원을 건네며 세무조사와 관련된 사실을 발설하지 말아 달라고 입막음을 시도했다고 한다.
경찰이 범죄 신고를 받고 범인을 잡아들이려다가 범인이 뇌물을 건네자 범인을 풀어주면서 범인을 신고한 사람이 누구라고 덤으로 알려준 거나 마찬가지다. 그로 인해 신고자가 해코지를 당하지 않은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 고위 간부의 양심과 윤리가 여기까지 타락할 수 있다니 할 말이 없다.
지방국세청장은 그 지역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그런 사람이 300억원대를 융자받고선 회사 문을 닫아 버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중소건설업자를 이렇게까지 철저히 감싸고 돈 것이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정윤재 전 비서관이 사기범과 지방국세청장 사이에 끼여 있지 않았더라도 국세청장이 이런 친절을 베풀었을까.
청와대 실세가 나서기만 하면 지방국세청장이 세무조사 벌이던 대상 기업 대표도 만나주고, 세무조사를 아예 없던 일로 지워 버리기도 하고, 제보자까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청와대 386 비서관의 위세를 만천하에 과시한 셈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정씨에 대해 “수사할 필요도 없고 수사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이걸 두고 어떻게 검찰이라 부를 수 있고, 이런 나라를 어떻게 법치국가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