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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9월 5일 영산아트홀에서 공연될 나라사랑연주회를 위한 서울글로리아합창단의 합창연습장에 가기위해 택시를 탄 적이 있었다. 혼자 악보를 보며 ‘그리운 금강산’이라는 곡을 ‘허밍’으로 불러보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느닷없이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 분께서 혼자 노래 부르고 있는 본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분의 말씀이 “나는 이북이 고향이지만, 금강산 가는 사람들 보면 도대체 이해가 안 됩니다”고 하면서 갑자기 열을 올리기 시작하지 않는가. 이어 열화와 같은 목소리로 “금강산 간다고 내 고향 땅을 밟아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살던 고향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들 돈 들여가며 감시받고 쪽 못 쓰는 여행을 가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손님 분은 금강산 가본 적이 있습니까?” 본인은 순간적으로 “아니요 가본 적 없습니다. 또 가고 싶지도 않고요!”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그 기사 분은 잠깐 분을 삭이더니 “결국은 나 같은 실향민들이 죽기 전에 금강산이나 한번쯤이라도 가보자 라는 생각도 있을 것이고 또 이북에 고향을 둔 부모가 자식들 보기에 좀 딱해서 자식 된 도리로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 금강산 관광이나 한번 시켜주는 경우가 있기는 있을 겁니다”라고 하면서 “그러나 금강산에 뿌린 돈이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나는 내 고향을 가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금강산 아니라 금강산 할애비도 안갈 겁니다”라고 실향민 특유의 단호함을 보이며 국토분단으로 인한 아픔의 일단을 내 보였다.
그 분은 이어 “금강산 관광해서 벌게 해준 우리 돈이 이북에서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에게 돌아가겠습니까? 결국은 핵무기나 만들고, 김정일과 그의 측근들이나 호의호식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우리가 뒷돈을 준 대가로 뭐 하나라도 얻어본게 있습니까, 받아본 게 있습니까?”
본인은 평범한 ‘말’같이 들리는 기사(技士)분의 말씀을 듣고 짐짓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북한 정권의 실체를 잘 모르고, 또 우리의 현대사를 잘 모르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이 택시 기사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젊은이들이 현대사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라도 조금은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해 보며 분노하는 기사분의 옆모습을 응시해보았다.
요즘 젊은이들이 역사의식이 빈약하고, 현대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 된다는 어떤 교수의 열변이 새삼스럽게 내 머리를 스쳤다.
현대사를 왜곡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 친북좌파들의 꽹과리와 같은 굉음이 이 한반도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금강산’은 결코 진정한 우리의 땅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리운 금강산’의 가사를 한번쯤 음미해 보자.
그리운 금강산 (한상억 작시, 최영섭 작곡)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이제야 자유 만민 옷깃 여미며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수수 만 년 아름다운산 더럽힌 지 몇몇 해
오늘에야 찾을 날 왔다 금강산은 부른다.
비로봉 그 봉우리 짓밟힌 자리 흰 구름 솔바람도 무심히 가나
발아래 산해만리 보이지 마라 우리 다 맺힌 원한 풀릴 때까지
수수 만 년 아름다운산 더럽힌 지 몇몇 해
오늘에야 찾을 날 왔다 금강산은 부른다.
합창 지휘를 하러 연습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그리운 금강산’을 펼쳐들었다.
어떤 여성단원이 본인에게 질문을 했다.
“지휘자님 ‘짓밟힌 자리’와 ‘우리 다 맺힌 원한 풀릴 때까지’의 가사는 시대가 바뀌어 바꿔진 가사로 노래를 불러야 되지 않겠습니까?”
본인이 대답하기를,
“시대가 바뀌다니요? 바뀐 것 하나도 없는데요. 원래의 곡에 붙여있었던 가사(歌詞)가 정본(正本)이기 때문에 원래의 가사대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난 후 그리운 금강산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의미를 더욱 곰씹어가며 함께 합창 속에 몰입했었다.
역시 ‘그리운 금강산’이라는 노래는 그 노래 속에 분명히 ‘그리워하는’ 분명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자유가 없는 금강산’을 그리며 반드시 ‘자유로운 금강산’을 되찾고야 말겠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지가 고동치며 숨 쉬는 노래 - 바로 이것이 ‘그리운 금강산’이 아니었던가.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