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이 얼마전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을 설명하러 재향군인회를 방문했다가 잠복(?)하고 있었던 모 우파단체 회원들에 의하여 달걀 세례라는 봉변을 당했다. 달걀 세례라기보다는 ‘달걀 테러’를 당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언론에는 정형근 의원을 향해 모 우파단체 회원들이 집어던진 달걀의 모습과 달걀이 얼굴을 때리는 모습, 그다음 달걀이 깨지고 정 의원의 인상이 확대된 찡그려진 모습 등 석장의 사진을 즐비하게 실었다.

    한마디로 달걀로서 저격한 모 우파단체 회원들은 일종의 ‘달걀 테러’를 정 의원에게 가한 셈이 되었다.

    좌파들에 의하여 공적(公敵) 제1호로 불리다시피 한 우파의 상징이었던 정형근 의원이 이번에는 좌파 아닌 우파로부터 ‘달걀 테러’를 당한 셈이다.

    정 의원이 일부 우파 단체 회원들로부터 ‘달걀 테러’를 당한 것을 보고 가장 좋아하고 신나할 사람들은 바로 수구꼴통좌파들일 것이다. 어떤 우파논객은 논리를 비약하여 정형근 의원이 변절했다고 하면서 묵주사건 운운하는 되먹지 못한 글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비교에 의한 정형근 의원에 대한 일종의 모함이자 음해다. 우파들은 보다 깊은 내공으로 정형근 의원을 바라보아야 한다.

    정형근 의원은 우파를 배반한 것이 아니다. 정형근 의원이 발표한 한나라당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이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키 위해서 한나라당 자체내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 만들어낸 한나라당 전체의 작품인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 때문에 몸통인 한나라당은 숨어버리고 정형근 의원만 십자가를 지고 두들겨 맞고 있다. 또 매도당하고 있다. 또 음해당하고 있다.

    과연 정형근 의원에 대한 ‘달걀 테러’가 우파의 온당하고 정당한 우파정신을 나타내는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했다면, 이것은 하책(下策) 중에 하책이다.

    한나라당 평화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 의원이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을 만들었다하여 정형근 의원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 새 대북정책은 정형근 의원이 독자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의 모든 의결기관을 거쳐 한나라당 스스로가 채택한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지금 원하는 대북정책은 바로 정형근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위원회에서 토의를 거쳐 만들고 다듬고 하여 의원들의 토론을 거쳐 또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성안한 새 대북정책이 아닌가? 정형근 의원 혼자서 어떻게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을 만들어 낼 수가 있겠는가.

    가상(假想)해 보건데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은 대선용 전략적 정책임을 알아차리기에는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한 한나라당의 의결기구가 모두 좋아서 만들어내고 창안해낸 새 대북정책이 아닌가. 왜 정형근 의원만 두들겨 맞아야 하는가. 정작 매 맞아야 할 자는 바로 한나라당이 아닌가.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은 혹시나 상호주의가 후진된 대대적인 대북경제지원과 여권이 추진할지도 모르는 제 2차 남북정상회담 지지로써 북풍(北風)을 선제로 차단하겠다는 정략이 숨어있는 한나라당이 원하고 바라던 새 대북정책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사실상 ‘한반도 평화비전’의 내용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비핵화원칙은 견지하고 있고,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현해 나가겠다는 그러한 내용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 정형근 의원에게 새로운 대북정책을 성안하라는 무거운 짐을 지워놓고, 정작 매를 맞고 ‘달걀 테러’를 당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닌 정형근 개인이라니 이 얼마나 우스운 정치 코미디인가.

    한나라당은 떳떳이 새 대북정책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명하고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파의 반발에 정형근 의원만을 앞에 세워놓고 슬그머니 침묵으로 꼬리를 감추고 있는 듯 한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태도는 매우 비겁하게 보인다.

    우파는 우파 나름대로 ‘믿었던 정형근이가 우리를 배신할 줄은 몰랐다’는 식으로 정형근 의원을 배반자로 몰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수권정당이라는 자세로 ‘믿었던 정형근이가 우리를 배신할 줄은 몰랐다’라는 비난 대신에 오히려 떳떳하게 ‘믿었던 한나라당이 우리를 배신할 줄은 몰랐다’라는 비난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한나라당은 자기들이 토론하고 머리를 짜내서 만든 새 대북정책에 대해서 국민을 설득시킬 의무가 있다.

    오랜 세월동안 공안검사로써 또 안전기획부 대공수사국장으로써 또 수사차장보로써 안기부 차장으로써 정형근 의원이 대한민국의 체제를 수호하는데 쏟은 열정과 공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우파에는 정형근 의원만큼 국가관이나 사생관이 뛰어난 사람들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형근 의원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정형근 의원 입장이 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명해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 또한 가져봄직도 하다.

    정형근 의원은 당의 지침에 따라 급변하는 정세에 적응할 수 있는 한나라당 식 대북정책을 만들려고 노력했었을 것이고, 당(黨)은 연구와 토론을 거쳐 새 대북정책을 창안해 냈을 것이다.

    ‘달걀 테러’라는 즉흥적이고 감상적인 행위로 정형근 의원을 매도하거나 린치해서는 안 된다.

    왜 한나라당은 정형근 의원에게 한나라당 새 대북정책의 짐을 지워놓고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형국을 견지하고 있는가. 그래서 한나라당을 무소신, 무신념 정당이라고 비난하는 국민들도 있다.

    10년 야당으로써 한나라당은 투쟁한번 제대로 해보았는가.
    사학법, 국가보안법, 언론법, 수도이전 등등에 대해 한나라당은 무슨 투쟁을 해보았는가. 중도 중도하며 눈치나 보고 우왕좌왕했던 정당이 바로 한나라당이 아니었던가.

    국가보안법폐지반대투쟁, 사학법반대투쟁, 언론법반대투쟁, 수도이전반대투쟁, 전시작전통제권환수반대투쟁 등 그러한 대형 사안의 투쟁은 한나라당이 수행한 것이 결코 아니고, 바로 정통우파인 국민들이 뙤약볕에서 피눈물 나는 국가정체성 수호를 외치며 이 나라를 지켜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한나라당의 새로운 대북정책은 정형근 의원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한나라당이 새로운 대북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설득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고뇌하는 애국정치인 정형근 의원을 매도하거나 음해하지 마라.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