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 산하기관인 수자원공사와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 2월부터 석 달간 합동으로 한나라당 이명박씨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타당성을 조사해 보고서까지 만든 것으로 4일 드러났다. 보고서 결론은 “경제성과 환경을 고려할 때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사장 인사권을 행사하는 공기업과, 건설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 석 달간이나 남 몰래 야당 대선 주자의 핵심 공약에 흠집 낼 궁리를 해 온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수자원공사가 1998년 만들었던 경부운하 용역보고서를 현실에 맞게 재분석하고 있을 뿐 정치적 활용 목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렇게 떳떳한 일을 하면서도 보고서 첫 머리에 ‘대외 주의’라는 경고를 달아놓았다.

    이번 일은 해당 기관으로선 위험 부담이 큰 일이었을 것이다. 정권이 바뀔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 기관이 명령과 지시에 의해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문제의 보고서엔 “VIP께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07.2.22)에서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느냐’고 말씀”이라고 적혀 있다. VIP는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조사를 시킨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청와대도 중간보고서를 받았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 기관들이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고 대통령도 의문을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 과거 연구를 현실에 맞게 다듬는 것은 의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어보면 정부 다른 기관들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박근혜씨의 열차페리를 공격할 연구도 해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의 공약은 국정의 전 분야에 걸쳐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모든 산하기관들이 야당 공약을 연구하느라 지금 이 순간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