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한나라당 경제분야 정책비전대회는 인신공격과 감정싸움 없이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여준 뜻 깊은 행사였다. 이 행사를 계기로 정치공학적 줄서기가 건전한 정책경쟁의 장으로 변모되길 기대한다. 특히 그동안 언론의 외면을 당해온 군소후보들의 경제비전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어 형평성 차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번 대선도 예외 없이 경제가 중요한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경제회생을 통한 선진한국 건설은 후보 모두의 꿈이며 5000만 국민의 희망일 것이다. 대학졸업장이 바로 실업증명서가 되는 고용현실, 갈수록 비대해지는 공공부문, 기업의 투자의욕을 꺽는 각종 규제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경제관을 짧은 시간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라도 들을 수 있었지만 대선주자들에 대한 정책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선 후보들의 경제관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로 흘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여권 후보의 ‘신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하지 못해 무능한 좌파정권을 출범시켰으며, 위헌결정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잘못된 정책집행에 따른 부작용을 겪고 있으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29일 행사에서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위기의 한국을 살리겠다는 처방전을 내놓았다. 감세정책과 작은 정부,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 온갖 장밋빛 약속과 말의 성찬(盛饌)을 쏟아냈다.

    그러나 최대 쟁점은 ‘한반도 대운하’였다. 4인의 후보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나는 10년을 연구했는데 다른 후보들은 단편적 공부를 했다”고 원론적인 답변과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당연히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이다.

    정책토론은 각 후보들의 공약의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다. 이를 통해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고 국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눈을 부릅뜨고 대선주자들의 정치철학과 경제관을 살펴봐야 한다.

    후보가 성실한 답변과 설명을 하는 것은 당내 행사를 넘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이 경쟁후보들의 질문공세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한 부분은 국민들의 관심사이다. 따라서 제기된 몇 가지 문제점을 밝혀 본다.

    첫째, 경부운하의 속도문제이다. 평소 이 전 시장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24시간 안에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망망대해를 거침없이 달리는 배(연안 해운)의 평균 운항 속도가 시속 27㎞ 밖에 안 되는데, 과연 19개나 되는 갑문을 통과해서 시속 32㎞로 달릴 수 있는 배가 가능할까.

    둘째, 빈번한 기름유출 사고 문제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독일에서도 화물선이 전복된 사고가 있었고, 강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 것 아니냐”고 했으며, 홍준표 의원은 “기름유출 사고가 나면 부산시민들은 2달 동안 생수를 먹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운하사고와 3000만 명이 먹는 물 위에 배가 다니는 환경파괴 문제에 대한 답변이 미흡했다.

    셋째, 4년의 공사기간 문제이다. 5㎞밖에 안 되는 청계천 복원 공사도 2년이 걸렸는데 530㎞의 경부운하를 4년 만에 끝낼 수 있을까. 토목공사 전문가가 아니라도 남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50㎞의 인공수로와 조령산맥을 넘기 위한 19개의 갑문, 20㎞의 터널 공사가 4년 안에 이뤄진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역대 선거의 경험상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정당과 후보에 대한 평가보다는 이미지와 바람에 좌우되곤 했다. 후보의 경제관이나 정치철학 보다는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곤 했다. 올바른 지도자의 선택은 참으로 중요하다. 후보 상호 간 한 치의 양보 없는 추궁과 치열한 정책공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나라당의 정책 토론회는 대선 기간을 주도할 정책 검증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부산·대전·서울의 세 차례 더 계속되는 토론회를 국민은 예리하게 지켜 볼 것이다. 후보의 비전과 지도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동문서답이 없는 성실한 토론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