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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일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체제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전 시장은 “(재·보선 참패에 대해)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내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당을 화합시키고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만나 대화하자”고 제안했고 박 전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보선 패배 후 당 지도부 퇴진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한나라당 내분은 일단 잦아들게 됐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는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의 패배였다. 국민이 그렇게 생각한다. 이 전 시장이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 며칠 동안 강 대표 교체를 주장하는 캠프 내부 강경론을 누르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도 이 전 시장이 내민 손을 흔쾌히 잡았다. 두 사람 모두 오랜만에 정치력을 발휘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조만간 또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대선 경선의 여론조사 반영 비율, 새 지도부 충원, 경선관리위 구성, 검증 공방 등 양쪽이 충돌할 일은 수두룩하다.
선거에서 이런 다툼 자체는 막을 수도 없고 막아질 일도 아니다. 어떤 틀 안에서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도움을 준다. 당내 세력경쟁도 불가피한 일이며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뒷다리잡기 감정싸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벌이는 것은 분란이지 경쟁이 아니다. 두 대선 주자가 요즘 보여준 모습은 분란이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옛날 필름이 주인공만 바뀐 채 돌아가는 대한민국 정치의 한심한 꼴이다.
지금 국민은 이 정권에 신물이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그 당 후보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당위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영남에서조차 무소속 후보가 대거 당선된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은 과연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도 괜찮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진 채 분란을 일삼던 이·박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