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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3일 18대 국회에서의 헌법 개정을 한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했다. 한나라당은 그 전날 노무현이 "당론 채택까지 요구하는 건 대통령의 직권남용"이라고 비난한 지 하루 만에 굴복한 것이다. 사실 싸움은 이미 그 이전에 패했다. 11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5개 정당과 통합신당추진모임 등 6개 정파 원내대표들이 모여 개헌문제를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하고, 노 대통령에게 임기 중 개헌 발의를 유보해줄 것을 요청한다는데 합의하였을 때 이미 한나라당은 투쟁의지를 상실하였다.
한나라당은 13일 오후 로스쿨 법안을 위해 마련된 정책의총에서 김형오 원내대표가 "청와대가 계속 입장을 요구하니 다시한번 확인하자"고 하였고 참석 의원 50여 명은 박수를 쳐서 당론으로 확정하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흐물흐물 뼈없는 낙지같은 정당이요 인간들이다. 뼈도 없는 연체동물이 개구멍은 기어나갈 수 있을지 몰라도 종이 한 장이라도 뚫을 수 있는 기세가 있을 수 있는가? 뼈도 없는 연체동물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렁뚱땅 노무현과 보조를 맞추면서 대선정국을 어물쩡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한나라당이 아니다.
노무현의 개헌발의 협박은 어떻게 보아도 무리수이며 횡포다. 무리수나 횡포에 대해서는 정면돌파를 통해 기를 꺾어야 한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개헌 놀음에 한나라당이 덩달아 춤을 추는 것은 한나라당이 특별히 내세울 의제도 없고 정국 돌파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심하게 말한다면 한나라당이 지금 뭔가 단단히 약점이 잡혀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한나라당 지도부에는 누군가 분명 검은손의 마수에 넘어간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 않다면 집권을 노리는 야당으로서의 기백도 선명성도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존재이유조차 불분명하다. 누군가 분명히 배신자, 아니 반역자가 한나라당에 숨어 암약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간도 쓸개도 다 내놓았지만 노무현은 오히려 느긋하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의지의 대결에서 한 발 먼저 물러서는 사람은 그 순간 패배한 것이다. 눈싸움에서 눈 한번 껌뻑이면 싸움이 끝나듯 의지싸움에서 한 발 빼는 것은 천발을 빼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굴복하는 순간 물러설 곳은 한 발 뒤가 아니라 천길 낭떠러지가 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스스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말릴 수도 없으며 도와줄 수도 없다. 아마 지금쯤 굴욕을 감수해야만 했던 상황이 의외로 쉽게 반전된 데 대해 노무현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참에 한나라당의 등골을 부셔놓을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정국이 여기까지 나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모두 한나라당의 흐물흐물 처신 때문이다. 노무현의 깽판 정치의 그 어느 것 하나 한나라당의 협조가 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다. 겉으로는 아닌 체 하면서 실제로는 노무현에 협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강재섭 대표 체제 이후 부쩍 심해졌다. 얼마 전의 느닷없는 대북정책 수정도 같은 현상이다.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현상 뒤에는 분명히 검은 거래가 있을 것이다. 누가 배신자인지는 후에 분명히 밝혀질 것이다. 만약 그 때까지 대한민국이 명맥을 유지한다면 말이다.
이 모든 현상은 대한민국이 지금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도대체 현직 대통령이 다음 정권과 국회에서 특정 의제를 다루도록 강요하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다음 정권이나 국회는 국민이 의제를 부여하게 되어 있다. 특정개인이나 특정 정당이 의제를 독점할 수도 강점할 수도 더구나 강요할 수는 없다. 노무현도 한나라당도 모두 국민위에 군림하겠다고 나섰다. 도대체 개헌이 왜 다음 정권과 국회의 최우선 의제가 되어야 하는가? 오직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역세력만이 그런 오기를 부릴 것이다. 반역세력의 장단에 맞춰 춤추는 한나라당, 뼈도 없어 흐물흐물한 몸으로 정권을 찾을 수나 있을까? 찾아온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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