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년은 국가 지도자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논란이 하루도 그칠 사이 없던 시끄러운 세월이었다. 오늘 우리 사회의 혼란의 뿌리도 ‘코드인사’와 ‘오기정치’로 국민들의 ‘편가르기’를 부추기는 지도자의 오도된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도자가 좌충우돌(左衝右突)하고 정치가 방향타를 상실했는데 경제가 바로 서고, 교육이 제대로 되고, 안보가 튼튼하고, 집값이 안정되고, 일자리 걱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2007년이 시작되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저 한숨만 절로 나올 뿐이다. 일부 친북성향단체들이 북한 신년사설을 판에 박은 듯이 모방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북한과 손잡고 이번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속셈이다.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는 ‘새해 결의문’에서 "반보수대연합을 구축하고 한나라당 등 반통일 극우 세력의 재집권 기도를 분쇄하기 위한 투쟁에 총집중한다“고 선동하며 반미·반한나라당 노선을 분명히 했다.

    한 술 더 떠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북의 빈곤도 핵실험을 한 배경”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했다. ‘북 빈곤 책임론’은 “남조선 때문에 우리(북)가 못산다”는 북한 간부들의 상투적인 대남 선전 논리에 맥이 닿아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북의 핵실험·미사일 발사, 요덕수용소의 인권유린은 애써 외면하면서 경제난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이 통일의 대북관은 친북좌파정권의 본질을 보는 것 같다.

    그 뿐만 아니다. 1975년 8월 동해에서 조업하다 납북된 최욱일씨가 가족의 구출 노력으로 지난달 31년 여 만에 목숨을 걸고 탈북, 현재 중국에 머무르며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최씨를 안전하게 귀환하게 해야 함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제 1의 책무조차 방기한 채 납북자를 그 가족이 직접 나서 구출해내도록 기다릴 것인가.

    대학 교수들이 2001년부터 선정하기 시작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난해는 밀운불우(密雲不雨)를 뽑았다.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다는 뜻으로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대변한 것 같다. 교수들은 2007년 정해년(丁亥年)의 사자성어로 ‘반구제기(反求諸己)’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고 한다. “활을 쏴 적중하지 않아도 나를 이기는 자를 원망하지 않고 돌이켜서 자기에서 찾을 따름이다”라고 해석된다. 이는 경선에서 떨어지거나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 ‘내 탓’이지 ‘네 탓’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는 ‘결과에 대한 승복’ 문화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2007년. 국민의 정초 시선은 12월 19일 제 17대 대통령선거일에 가 닿아 있다고 믿는다. 12·19 대선은 노무현 정권 5년의 국정 전반에 대한 총체적 평가이어야 한다. 혹여 여느 대선처럼 5년 동안의 실정은 뒤로한 채 일시적 호감, 막연한 환상, 선심성 정책, 지역정서에 휘둘려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두 눈 부릅뜨고 깨어 있는 국민이 되어야 나라가 산다.

    국운은 리더십에 달려 있다. 성장 불씨를 살리고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애국심과 관용과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가진 국민통합의 리더십이다. 그러한 리더십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요구되는 것이 있다. 이것은 야당의 힘만으로도 안 되며 국민이 미래를 끌고 간다는 굳은 각오를 해야만 가능하다.

    먼저 대선의 해 ‘북풍’을 완전 차단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 특정 후보군에 대한 만약의 테러에도 대비해야 한다. 작년 5·31 지방선거에서의 야당 대표에 대한 백주의 테러를 한시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해안이나 군사경계선의 예상되는 국지전에도 철통같은 대비를 해야 한다.

    나아가 한미관계 복원도 서둘러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 군사력·경제력에 있어 세계 유일의 초강국인 미국은 국제안보 및 국제경제의 리더십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중립내각으로 관권선거 개입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노대통령은 지지율 10%로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지금까지의 국정운영을 점검하고 정책을 잘 마무리 하여 다음 정부로 순조로운 정권이양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야 대선 주자들에게 당부한다. 현재의 지지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면 대세를 그르칠 수 있다. 눈앞의 권력욕에 사로잡혀 도에 넘게 승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대의멸친(大義滅親)의 자세로 자신보다는 당을 당 보다는 국가를 위하는 후보자가 궁극적으로 민심을 얻게 된다는 철리(哲理)를 기억하기 바란다.

    현명한 국민이 현명한 나라를 만들고, 품격 있는 국민이 품격 있는 지도자를 만든다. 대한민국이 다시 욱일승천(旭日昇天)의 선진화의 길로 들어서느냐, 아니면 천길 낭떠러지 정체의 늪속에서 헤매느냐는 12월19일 국민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