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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장장 70분간 작심한 듯 격한 발언들을 쏟아낸 노무현 대통령에게 ‘학을 뗀’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22일 노 대통령의 민주평통자문회의 ‘특강’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대통령과 국민의 생각이 너무 차이가 많다”며 “앞으로 일년 남았는데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시 중구 동국대에서 진행된 한나라당 서울시당 대학생아카데미 특강에서 “노 대통령의 민주평통에서 한 특강 봤느냐. 어제 특강 내용 듣고 크게 실망했다”며 한숨부터 내쉰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노 대통령이 우리 조국의 역사를 그렇게 부정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 정반대로 갔으면서 지금 와서 시종일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항변하면서 남의 탓만 하고 있다”며 “본인만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적 리더십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대통령의 자리라는 것은 가문의 영광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라 48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라며 “이제라도 남탓하는 것은 그만두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나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내가 속한 정파보다 나라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나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욕심대로 하고 내가 좋은 것만 찾는 것은 당장은 쉽고, 살기 편하겠지만 모든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도 했다.
“선진국 만들겠다는 포부, 꿈을 꼭 이루고 싶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대통령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해지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며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자신이 그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사람으로 말하면 굉장히 아파서 누워 있는 상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 정부를 잘 선택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어떤 통치 철학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나라)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 온 ‘신뢰·화합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저부터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 제가 여러분의 ‘멘토(Mentor)’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 소원은 언젠가 제가 정치를 그만 뒀을 땐 우리나라가 편안하고 젊은이들이 취직 걱정 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선진국이 돼 제가 좋아하는 숲을 편안 마음으로 산책하는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꿈은 소박하지만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는 크다.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대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1979년 10·26사태 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듣고 전방 안전 여부부터 물었던 상황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새벽 2시에 들었다. 당시 비서실장이 연락해 그 소식을 알렸다”며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가슴이 미어지지만 그때 전방이 어떠한가를 걱정했고 그것을 비서실장에게 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이어서 대통령 유고난다면 전쟁이 날수도 있었다”며 “지도자나 국민이 위기의 순간에 나부터 돌아본다면 그 나라는 결코 제대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결혼 하지 않는 것이 운명일지도…” “결혼보다 ‘완전소중 대한민국’에 집중”
한편 이날 특강에서 박 전 대표는 젊은이들의 용어에 자신만의 ‘유머’를 섞어 사용하면서 대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자주 쓰는 말 중 ‘완전소중’이라는 말 있다고 들었다”며 “‘완전소중 장동건’ ‘완전소중 김태희’ 이렇게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도 강연 제목을 ‘완전소중 대한민국,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로 정했다. 약자로 ‘완소한국’된다”고 친근하게 다가섰다. 이에 특강에 참석한 학생들은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눈에 찬 남자가 없어서 솔로로 지내느냐”는 한 남학생의 질문에 “눈에 찬 남자가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매력적이고 훌륭한 분들 많이 봤다”면서도 “저는 앞으로도 결혼은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제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결혼도 하나의 선택이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100% 결혼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제 졸업 당시 좋은 배필을 알아보는 것도 봤다”고 옛 기억을 떠올린 뒤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후에도 사연이 있어 정치에 나와 몰두하면서 지내다 보니까 그런 것(결혼)보다 나라를 편안하게 하고 나도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다는 쪽으로 관심이 집중돼 그쪽(결혼) 생각을 접게 되고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다.특강을 들은 이화여대 하재원 학생은 “인생은 한권의 책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하루가 인생의 책에 있어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 같아 기쁘다”며 박 전 대표에게 준비해 온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