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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일 사설 '대통령이 지금 북한 붕괴 걱정할 땐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은 엊그제 뉴질랜드 동포 간담회에서 “북한의 붕괴를 막는 것이 한국 정부의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공격받거나 붕괴되지 않으면 절대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란 게 대통령이 내세운 이유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유엔 안보리 결의로 중단돼 있어 걱정”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 머릿속의 대북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다. 북핵을 없애야만 하는 것은, 북한이 핵폭탄을 움켜쥐고 있는 한 우리는 순간순간 한반도로 밀어닥치는 국제적 해일과 풍파를 넘기며 평화를 위태롭게 이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치러야 할 대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마치 덜컹거리며 달리는 차 속에서 언제 엎어질지 모르는 물그릇을 지키듯 해야 하는 이런 평화라면 정치나 경제가 온전하기도 어렵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활력을 기대할 수도 없다.
북한과 김정일 체제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이렇게 절체절명인 북핵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이런 이치를 모를 리 없는 대통령이 늘 북핵 제거는 빙 둘러가면서 마지못해 한두 마디 하고 북한 붕괴에 대한 걱정을 우선한다면 그 심중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은 북한의 붕괴가 마치 재앙이 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누구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인가. 북한의 붕괴는 김정일 체제 입장에선 확실히 재앙이다. 그러나 질곡에 빠진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도 그것이 재앙인지에 대해선 많은 다른 견해가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북한이 전쟁을 일으켜 우리 국민에게도 재앙이 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승리에 대한 오판으로 전쟁을 일으켜 붕괴할 수는 있어도, 붕괴할 것 같아서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붕괴는 우리가 바란다고 될 일도 아니고, 막는다고 막아질 일도 아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평화를 지키고 나아가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진 역사적 의무다. 그쪽으로 나아가는 길목을 완전히 틀어막고 선 것이 북한의 핵폭탄이다. 대통령은 지금 북한 붕괴를 걱정할 일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