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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축제다.”
요즘 대학가는 학생회(총학생회 및 각 단대학생회) 선거로 분주하다. 매년 이맘때면 있는 연례행사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 대학선거는 매년 하루가 다르게 그 문화가 바뀌고 있다.
‘톡톡’ 튀는 신세대답게 선거운동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11월 24일 저녁 하교시간, 인하대 후문가 광장에서는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 분홍색 점퍼를 입은 30여명의 총학생회 선거운동원들은 트로트 로고송에 맞춰 흥겨운 율동을 선보였다. 많은 학우들이 지나가던 발길을 멈추고 흥겨운 공연을 관람했다.
뿐만 아니다. 각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선거운동은 요즘 개그콘서트의 ‘마빡이’라든가, ‘아야야 브라더스’ 등 인기 있는 개그프로그램을 자신들의 선거공약에 맞게 패러디해서 학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하대 총학생회 모토는 ‘관객에서 무대위의 주인공으로, 일만 칠천 인하인의 외침, Ready Action‘이다. 영화촬영을 모티브로 해서 ’학우가 주인공이 되고, 학생회가 연출자가 되어 '영화 같은 학생회'를 건설해보겠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학교 곳곳에 붙어있는 대자보들도 각종 영화들(올드보이, 괴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웰컴 투 동막골)의 포스터를 재미있게 패러디한 것이 눈에 띈다. 밤이 돼도 선거운동은 끝날 줄을 몰랐다. 촛불을 켜고, 호롱불을 들고 한 명 한 명의 학우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분주했다.
지금 이 대학의 총학생회인 ‘홍반장’ 총학생회는 작년 선거기간동안 학우들과 좀더 가깝게 소통하고 다가가기 위해서,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거리에 이른바 ‘홍반장 거리’라는 문화거리를 조성했다. 학우들의 관심을 끌만한 선거와 관련된 조형물이라든가, 전시물들, 그리고, 각종 퍼포먼스 등을 보여줘, 학우들의 큰 호응이 얻었다고 한다. 학우들은 각종 선거 관련 퍼포먼스나 선전물을 보면서, 문화공연을 보듯이 즐기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웃고, 재밌어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대학 선거운동이 학우들에게 일방적이고, 주입식으로 선거공약만을 내세우는게 아니라, 학우들과 함께 즐기며, 보고 느끼는 대학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 대해, 인하대 총학생회 간부 이아무개씨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 80,90년대 소위 운동권 학생회가 주름잡던 시기의 총학생회 건설은 매우 수월했다. 그 당시만 해도 민주화에 목말라 있던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구심점이 바로 총학생회였기 때문에,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고, 투표율, 지지율 또한 80~90%에 육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 학우들의 관심사는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보다는 취업률, 학생복지 등 개인적인 문제로 변하게 됐다. 하지만, 학생회는 그런 학우들의 요구에 크게 부흥하지 못했고, 결국, 학생회는 학우들을 위한 자치기구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학우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라고 했다.
이런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선거에서 투표율 저하의 문제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요즘은 “투표율이 40%도 넘기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회는 다른 해결책을 강구해야 했고, 거기서 나온 방안이 바로, 학우들의 실상에 맞는 공약을 갖고, 학우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선거'인 것이다. 대학생다운 참신한 발상과 기획에서 비롯된, 학우들과 학생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진정한 대학문화로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