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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일 사설 <‘청와대 386’은 안전한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386 간첩조직 ‘일심회’ 사건에서 국민이 가장 알고 싶어하고 또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 간첩조직의 연결고리가 어디까지 닿아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단도직입으로 말하면 권력의 중심부, 즉 청와대는 간첩의 촉수로부터 안전하느냐는 것이다. 이번 간첩수사의 종착역은 결국 이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간첩수사가 청와대 안 386의 결백을 밝혀내건 아니면 침투간첩이나 협력자를 색출해내건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투명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이번 간첩사건 수사는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일심회 총책 장민호는 그간 봐 온 단순한 교포간첩 혐의자가 아니다. 그는 1993년 북한노동당에 가입한 직후 한국에 들어와 통상산업부 산하 한국정보기술원 과장을 맡아 인맥을 쌓고 게임TV 대표 등 IT업계에서 주목받는 사업가로 발판을 다졌다. 김대중 정부 때 여권 핵심부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만든 영입대상 리스트 ‘젊은 피 300명’에도 그의 이름이 올랐을 정도다. 작년엔 지상파 방송 2대주주가 출자한 자회사의 사장까지 됐다. 이만하면 대한민국에서 만나지 못할 사람이 없는 지위와 활동반경을 확보한 셈이다. 이 상황에서 같은 또래 386 운동권 출신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그들 중 일부가 조직에 빨려 들었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북한은 그에게 끊임없이 남한의 대북·대미 정책 동향, 대선 야당 후보 동향, 주요 정당 동향 등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령을 내려보냈다. 이런 사회적 지위를 구축하고, 그리고 북으로부터 이런 지령을 끊임없이 받아온 그가 정계의 변두리인 민주노동당 주변만을 서성였겠는가. 그의 최종 목적지가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가 모이고, 그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 운동권 고리로 자신과 이어진 청와대였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386 간첩단 사건 수사의 최종 타깃은 바로 이것이다.
김만복 새 국가정보원장이 과연 이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 적임자일까. 어차피 지금부터 수사의 큰 흐름은 차기원장의 의중을 따르게 될 것이다. 김승규 원장은 자신의 후임으로 와서는 안 될 인물로 사실상 김 차기 원장을 공개 지목했다. 그의 인사를 두고 주변에서 이종석 통일부장관과의 인연, 청와대 386들과의 인맥 같은 ‘코드’를 거론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국민이 이런 그가 끌고 갈 간첩수사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김 차기 원장은 자신의 발걸음을 역사가 지켜보고 있음을 무겁게 새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