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그리스, 아르헨티나는 선진국 진입에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아르헨티나는 1998년 8280달러 달성 후 국민소득이 내려가고 있다. 극심한 정치 사회적 불안정 때문이다. 반면, 1987년 이후 5차례에 걸친 사회협약을 통해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은 야당의 도움으로 아일랜드는 1996년 2만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나라들은 한결같이 ▲강력한 리더십, 정책 일관성 ▲노동시장 유연성, 노사정 타협 ▲친기업적 조세개혁 ▲고급핵심인력 개발·유치 ▲외국자본 동일대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정치는 극심한 여야대립으로 리더십과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 노사는 노사분규의 장기화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갈길 바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과도한 공공부문과 사회보장으로 ‘큰 정부’를 고집하고 있다. 게다가 북핵이라는 선진국들은 없는 거대한 혹까지 달고 있지 않은가.

    해방 후 일관되게 경제운영의 기본방향이 돼온 ‘성장과 시장경제’가 현 정부 출범 후 ‘분배와 평등주의’에 의해 크게 훼손되었다. 당연히 경제·교육정책 등에서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그 결과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선진국 진입의 필수요건인 성장 잠재력도 급격히 무너졌다. 이는 필연적으로 내수침체의 가속화와 고용의 악화라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공무원 수는 2만 6000명 증가했으며, 올해 서울시 공무원 932명 모집에 15만 1097명(162대1)이 응시하는 등 ‘공무원 입사열풍’이 한반도를 뒤덥고 있다. 공공부문의 비대화에 따른 공무원수의 증가는 규제혁파를 어렵게 만든다. 노사관계는 어떠한가. 현대차는 19년째 연속 파업의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파업 때문에 영업이익의 34%인 3조원을 손해 봤다.

    이처럼 ‘거꾸로 가는 선진국 만들기’에 모두 손놓고 멍하니 지켜만 볼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경제정책 현안들의 혼선을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 경영학자 대부분은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D학점 이하로 보고 국가경영 리더십이 가장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16개월 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 임기지만 식물인간처럼 퇴임을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 여권에서는 신당창당을 포함, 정계개편논의가 급물살을 타고있다. 모두가 12~3% 지지밖에 받지 못하는 노대통령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때에 노대통령이 집권당을 조기에 탈당, 정파에 초연한 자세로 ‘안보와 경제’에만 전념하면 어떨까. 지난 10월 10일 ‘5당 대표회담’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비상내각 구상을 주장한바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두 대통령선거 전에 집권당을 전격 탈당한 공통점이 있다. 다만 노태우(92.9.18), 김영삼(97.11.7) 전 대통령은 후보와 갈등을 빚은 결과 각각 대선 3개월, 1개월 여 전에 탈당했으나, 김대중(2002.5.6) 전 대통령은 세 아들의 비리연루 사건으로 후보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대선 7개월 반전에 탈당한 점이 다르다.

    한국 현대사에 퇴임한 대통령이 고향으로 귀향한 경우는 없다. 모두들 귀향을 한 번 쯤 생각했겠지만 각자의 업보에 따른 어려운 정치상황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노 대통령이 임기 말을 잘 마무리하고 퇴임 후 봉하마을로 귀향한다면 전임 대통령들과 차별화된 그 어떤 이정표를 세울수 있진 않을까.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記)에는 “결코 천하를 병들게 하고 한 사람을 이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있다. 고대의 성왕 요(堯)가 순(舜)에게 천하를 물려줄 때 한 결단의 말이다. 요(堯)임금은 천하만민이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장남인 단주(丹朱)를 버리고 천하에서 인재를 구하여 순(舜)에게 천자의 지위를 물려줬다.

    이제라도 노대통령이 나라의 융성을 위한 요(堯)임금의 결단을 배워, 정치현안과 정계개편에 손을 떼고 정파를 초월하여 ‘안보와 경제’에만 전념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귀향 후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생태 보전 운동을 하는 전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노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은 빠를수록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