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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6일자 오피니언면에 박석순 이회여대 환경공학 교수가 쓴 시론 '핵 재앙에는 침묵하는 환경단체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반도에 핵 재앙이 시작되었다. 2006년 10월 9일, 백두산이 흘러내린 개마고원의 끝자락, 함경북도 길주군 만탑산 부근 지하 갱도에서 핵실험이 감행되었다. 핵폭탄의 가공할 위력은 휴전선 이남에서도 지진파로 감지되었고 방사능 물질도 대기에서 검출되었다.
백두대간이 핵폭탄에 무너지는 엄청난 환경재앙이 일어났는데 우리 환경단체들의 반응은 너무 예상 밖이다. 성명서 하나로 입장 표명하고 조용히 침묵에 들어가 버렸다. 이 땅에 핵이라면 핵무기, 핵발전, 핵폐기물, 어느 것 하나도 무조건 안 된다고 외치고, 탄핵도 핵으로 착각하고 결사반대를 주장했던 우리의 환경단체가 정말 이상하다.
세계 핵확산 방지에는 퍼그워시회의(Pugwash), 핵확산방지국제물리학자모임(IPPNW), 그린피스(Green Peace) 등과 같은 비정부단체(NGO)가 지금까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들은 핵 없는 지구를 만들기 위하여 강대국에 핵 포기를 촉구하고, 과학자들이 핵무기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며, 핵물질 이동과 핵실험을 방해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노벨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벨평화상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지 30주년이었던 지난 1975년부터 10년을 주기로 지구를 핵의 위협으로부터 구하려는 노력을 한 단체나 개인에게 주어지고 있다. 1975년에는 소련의 반핵·반체제운동가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 1985년에는 핵확산방지국제물리학자모임, 1995년에는 퍼그워시회의에 노벨평화상이 주어졌다. 2005년에는 원자력이 군사적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통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공동 수상했다.
우리의 환경단체는 지난 1980년대에 태동하여 1990년대에 이르러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전국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단체들이 만들어져 환경단체 천국이 되어 버렸다. 환경단체는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고 이 땅을 오염과 파괴로부터 지켜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최근에는 남아시아 지역의 식수공급에 앞장서는 등 해외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낙선운동이나 탄핵 반대와 같은 정치활동에 개입하고 무모한 주장과 법정 투쟁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특히 진행 중인 국책사업을 표류시켜 수조원의 국가 손실을 야기하였다. 천성산 터널공사 지연으로 2조5000억, 새만금 사업 7500억, 사패산 터널 5500억 등 각종 개발사업 논란으로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만 4조1793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환경운동이 국가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환경단체 숫자가 여기에 참여하는 총회원수보다 많다는 조소(嘲笑)도 오가고 있다. 참여정부에 들어서 환경단체는 청와대에서부터 환경부,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주요 직책을 점령하여 NGO의 본분인 정책 제안의 차원을 넘어 정책 결정과 집행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국민의 지지를 생명으로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 것이 NGO의 생리인데, 우리의 환경단체는 국민의 원성과 정부의 지지로 살아가고 있다.
이제 환경단체는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무모한 투쟁에서 벗어나 대안 있는 비판과 채찍으로 우리의 금수강산을 지켜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 정부가 주는 달콤함에 빠져 북한의 핵 재앙을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에 일익을 담당하여야 한다. 그래서 2015년에 주어지는 노벨평화상은 우리의 환경단체가 받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