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4일 사설 <제할일 못하는 인권위 ‘면책특권’ 가당찮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23일 ‘고문 및 그밖의 잔혹한·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국제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가입 시 인권위를 국가예방기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외교부에 회신하기로 결정했다. 2002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선택 의정서에 대한 1월의 가입권고와 맞물리는 의견임은 물론이다.

    우리는 우선 국가예방기구의 권한에 주목한다. 구금시설을 방문 조사할 권한을 지닌 이 기구의 직원은 업무와 관련한 특권을 부여받는다. 국회의원의 불체포·면책 특권과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 이상의 포괄적 권한이라고 한다. 인권위가 장차의 고문방지 국가예방기구를 자임하면서 바로 그같은 ‘면책 특권’, 다시 말해 권력기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인권위의 지난 행적을 돌아보는 우리는 가당찮은 시도라고 믿는다.

    그동안 이라크 파병 반대 등 본분에 벗어난 처신으로 비판받아온 인권위다. 7월에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하면서 시정명령권 등의 권한을 요구한 전력도 있다. 그러나 시종일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인권 영역이 있다. 우리나라가 1995년 2월 가입한 국제고문방지협약은 전문에서 ‘인류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향유하는 평등하며 불가양한 권리’를 언급하고 제3조에서 ‘관련 국가에서 현저하며 극악한 인권침해 사례가 존재하여 왔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협약의 명칭 그대로 ‘잔혹, 비인도적, 굴욕적 대우·처벌’이라면 북한 주민의 인권실상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다.

    국내 북한인권시민연합을 포함, 9개국의 11개 인권단체는 최근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게 북한 인권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요청하는 연대청원서를 보냈다. 우리는 절박한 처지에 놓인 북한 주민의 참상에 귀닫고, 해외에서도 발벗고 나선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인권위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의 인권단체도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지 않게 된 점을 유의한다. 면책특권을 쳐다보기에 앞서 협약문부터 제대로 읽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