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과 내가
    이처럼 낮은 곳에서
    꼬옥 포옹하고 있었던거야

    남보랏빛
    통통한 볼을 부비며
    진한 과즙을 주고 받았던거야

    뙤약볕 있는 날에나
    찬바람 스치는 날에나

    당신과 내가
    이처럼 가까운 곳에서
    속 깊은 눈빛을 태우고 있었던거야

    두꺼운 벽에 쌓인
    은밀한 기도
    동그라미 영혼을 굴리고 있었던거야

    이슬방울 빛나는 아침이나
    달빛이 머무르는 밤이나

    당신과 내가
    길게 뻗은 나뭇가지에 매달리어
    하나의 신념으로 무르익고 있었던거야

    열린 혀끝으로
    녹아드는 하나의 맛은
    자연과 치열한 싸움 끝에 익은 성숙!

    손을 잡아 기쁠 때나
    발버둥쳐 괴로울 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