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볕바른 양지
    남녘의 들녘을 환한 소리로 태우는
    이글거리는 눈빛의 대한의 젊음이여

    그대가
    어이하여 식민지의 모든 죄를 덮어썼느뇨
    일본의 총칼 아래
    아비와 어미가 무거운 멍에를 쓰고
    땀흘리며 갈은 밭마저 뒤덮이고 말았느뇨

    나는 순수한 그대가
    왜 늘 가문의 적들이 불어보내는 찬바람에
    연좌의 칼을 쓰고 덜그덕거리며
    눈치로 살아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왕자의 대관식날처럼 웅장하게
    가슴 서늘하게 울리는 심벌린소리를 들으면...

    별당아씨들이 돌담 너머 그 소리를 듣고
    버선발로 달려가게 만들던
    선비의 모습을 잃지 않은 그대는
    역사의 더러운 피를 수시로 걸러내어 정결한 태양!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그날의 가슴을 되찾아
    세차게 박동치는 하나의 뜨거운 심장이 되자

    외세의 지붕 아래
    숨어살던 창백한 태양도
    내환의 열기에 터질듯이 달아오른 다혈질 태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