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이 빠르게 대선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차기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점차 커져간다. 추석연휴 직전 발표된 각 언론사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가 신문지면과 인터넷 화면을 가득 채우며 다음 '청와대 주인'을 두고 여론의 갑론을박 열기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번 추석연휴 동안 가족·친지간 대화의 가장 큰 화두는 '차기 대통령'이라고 한다. 정치 무관심층조차도 "이젠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을 한다"고 말한다. 인천에 사는 20대 후반의 한 취업준비생은 "지난 대선은 우리가 너무 생각없이 감정적으로 투표한 것 같아 이번엔 후보들을 꼼꼼히 살펴보려고 한다"며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을 두고 가족 친구들과 많이 대화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주자중 가장 많이 국민들 입에 오르는 인물은 한나라당의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팽팽히 맞서 당내 경선 결과도 예측하기 힘들만큼 접전을 벌여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됐다. 

    뉴데일리는 11일 대구를 찾아 민심의 동향을 살폈다. 대구는 심각해진 경제침체로 '정권교체' 목소리가 어느 지역보다 크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특히 이 지역은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박-이 두 주자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뉴데일리는 이날 대구 서문시장과 영남대 두 곳을 찾았다.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은 대구시민 스스로가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곳"이라 말할 만큼 상징성이 큰 곳이다. 그러나 상인 대다수의 연령층이 높아 영남대도 함께 찾아 연령별 균형을 맞췄다. 

    먼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 중 어느 인물을 지지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차기 대통령으로 대구 시민 대다수 "박근혜·이명박" 꼽아

    한나라당의 텃밭인 만큼 대답은 예상대로 '박근혜-이명박'을 답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다만 20대 대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에서는 고건 전 국무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꼽는 응답이 서문시장 상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답변자의 대다수가 박·이 두 사람이었으므로 차기 주자를 이들 두 사람으로 압축시킨 뒤 다시 질문을 던졌다.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 중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연령별 지지층 차이 확연]
    박근혜, 50~60대 이상 연령층서 지지층 견고
    이명박, 대학생 20~30대 지지 높아

    이 물음에 대해서는 연령별로 지지층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20~30대에선 '이명박'을, 50~60대 이상은 '박근혜'를 각각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영남대에서는 이날 이 전 시장이 특강을 했기 때문에 답변이 쏠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강연장 주변이 아닌 곳에 있거나 강연을 듣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40대 이상 상인들 다수는 박 전 대표를 선호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답한 한 40대 남성 상인은 "아무래도 대구에선 박근혜가 앞설 것이다. 분위기는 80% 이상이 박근혜라고 본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상인도 "박근혜가 좋다"고 답했다. 60대 이상에서는 대부분이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

    박 전 대표라고 답한 사람들에겐 다시 지지이유를 물었다. 가장 많은 답변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이미지'였다. 60대 여성 상인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다"며 "대통령이 깨끗해야 나라 전체가 깨끗할 텐데 정치인들 중에 박근혜 만큼 깨끗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상인은 "박 전 대통령 밑에서 잘 배웠을 것 아니냐. 아무래도 경험 있는 사람이 낫다"며 "박정희가 독재는 했어도 부패는 없었다. 아무리 일 잘해도 대통령이 부패하면 소용없다. 깨끗하다고 말한 노무현 대통령도 다른 게 하나도 없다. 박정희 빼고 다 부패했지 뭐…"라고 개탄한 뒤 "서민들은 정직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박근혜·이명박 지지이유]
    박근혜- '박정희 향수' '박근혜의 깨끗한 이미지'
    이명박- '강한 추진력' '경제회복 최적임자'

    30대에서 40대 초반 상인들 중에서는 이 전 시장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30대 중반의 한 여성 상인은 "매일 신문을 한 줄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 남편과도 자주 정치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눈다"며 "나이드신 분들은 '지역 분위기는 박근혜'라고 말하지만 내심 이명박씨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40대 초반의 남성 상인도 "박근혜라고 하는데 솔직히 분위기는 모른다. 먹고살기 힘든 상황이라 '이명박을 찍어야겠다'는 사람도 상당수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경제' 때문이란 답변이 많았다. 이처럼 이 전 시장 지지자들은 대체로 지지 이유로 '추진력이 강하다'는 점과 '침체된 경제회복의 최적임자'라는 점을 꼽았다.

    60대 여성 상인은 "핵이고 뭐고 먹고살기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다른 거 신경쓸 정신이 없다. 이명박이 청계천 하듯 경제도 좀 살려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이 여성 상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박근혜씨가 좋다"고 먼저 자신을 소개했었다.  
     
    대학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 전 시장에 거는 기대가 컸다.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도 '경제회복'으로 꼽았다. 북핵사태로 '안보'가 부각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대학생들은 현실적인 취업난 해결을 제1과제로 꼽았고 그런 측면에서 경제회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라는 한 남학생은 "당장 취업을 해야 하는데 답이 없다. 경제를 살릴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며 이 전 시장을 지지했다. 한 여학생은 "도서관에 가면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학생과 토익 공부하는 사람 밖에 없다"며 "다음 대통령은 경제를 회복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이 여학생 역시 이 전 시장을 적임자로 꼽았다.

    [박근혜·이명박, 한나라 아닌 타정당으로 독자 출마한다면]
    20~30대 초반, 당보다 인물중심 선택 응답높고 한나라에 반감도 커
    50~60대 이상, 박근혜·이명박의 한나라당 이탈 반대

    그러나 학생들은 처음부터 이 전 시장을 지지하거나 선호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대답을 내놨다. 이날 이 전 시장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치인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점에 대해 묻자 앞서 답한 여학생은 "이 전 시장이 경제회복에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지금 누가 뭐라 해도 대학생들에겐 취업과 경제가 제일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학생들에게 박 전 대표를 물었다. 응답한 학생들 대부분 "싫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선 좀 그렇다"는 답변이 많았다. 일부 여학생들은 "같은 여성으로 대단하다. 높게 평가한다"는 답변도 나왔지만 대통령으로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 사이에선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 정서가 눈에 띄었다. 한 남학생은 "여기가 한나라당 지역이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듣기 싫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어른들이 무조건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투표흐름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여학생 역시 "당보다는 인물이 중요하다"며 "투표를 해도 인물을 보고 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 모두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당으로 출마한다 해도 대통령으로서 적합하다면 선택하겠다는 주장이 많았다.

    [지지층은 이명박 보다 박근혜가 견고]
    "박근혜가 열린당으로 출마해도 선택할 것"
    이명박 이탈 뒤 독자출마 가능성엔 "절대 안돼"

    서문시장 상인들에게도 당보다 인물중심으로 투표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40대 이상의 높은 연령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 곳에서는 박근혜 이명박 두 사람의 탈당 후 독자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다.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하고 한나라당으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이 아닌 타 정당 혹은 독자신당으로 출마를 해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50대 한 여성은 "여긴 박근혜다. 설령 박근혜가 열린당으로 출마한다 해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고 40대 남성 역시 "박근혜라면 한나라당이 아니라도 찍겠다"고 했다. 

    반면 이명박 지지자들은 이 전 시장의 한나라당 이탈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 전 시장 지지의사를 밝힌 한 50대 남성 상인은 이 전 시장의 한나라당 이탈 뒤 독자출마에 대해 묻자 "그건 절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답변으로 볼 때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이 전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