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권레이스에서 쾌속질주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이 11일 대구를 찾았다. 영남대 초청 특별강연과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초청으로 '서문시장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전 시장은 12일에도 대구를 찾는다. 이날은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 초청으로 '대구·경북 경제살리기 경제포럼'에 참석해 강연을 할 예정이다. 추석연휴 고향인 포항을 찾아 '대권출사표'를 던진 이 전 시장은 이번 대구 방문으로 영남공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퇴임 이후 대구방문만 6번째다. 측근들도 "다른 지역보다 자주 찾은 것은 것 같다"고 말한다.  

    영남은 당의 '텃밭'이자 당내 경선승리를 위해선 꼭 사수해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영남을 잡아야 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도 텃밭에선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뒤지고 있다.

    이 전 시장으로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에선 박 전 대표를 크게 앞서고 있다. 내년 대선 승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충청권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고 호남에서는 처음으로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박 전 대표와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섰다.  


    박근혜와 20%이상 차이나던 대구·경북 지지율 4%대로 좁혀

    하지만 텃밭인 영남은 상황이 다르다. 27개월간 당 대표를 맡으며 박 전 대표가 매우 견고한 지지기반을 만들어놓은 상황인 만큼 공략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7,8월까지 박 전 대표의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은 50%까지 육박했다. 같은 기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절반가량인 20%대 초·중반이었다. 최근 격차는 크게 줄었다.

    추석 연휴와 직전 각종 언론을 통해 발표된 영남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소폭상승하며 20%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 지지율은 하향곡선을 그렸고 20%이상 차이났던 두 사람의 격차도 이젠 4% 포인트 정도로 좁혀졌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내 경선승리를 위해 텃밭인 영남민심을 꼭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측은 영남에서 박 전 대표에게 뒤지는 원인을 '서울시장'이란 꼬리표에서 찾았다.

    서울시장으로 대권반열에 오른 이 전 시장인 만큼 출신지역에서도 일반인들 뇌리엔 '서울출신'으로 인식돼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의 고향은 포항으로 이른바 TK(대구·경북) 출신이다. 고등학교(포항 동지상고)까지 이 지역에서 졸업했다. 그러나 대구·경북 지역주민들 조차도 이 전 시장이 이 지역출신이란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측도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접했다고 한다.

    이명박 "내가 경상도 출신이라는 것 아는 사람 20%밖에 안되더라. (지지율에)영향 크다"

    이 전 시장 측은 결국 해법도 '대구·경북 출신 이명박'알리기에서 찾았다. 이날 대구로 내려가는 KTX열차 안에서 뉴데일리와 만난 이 전 시장도 "내가 경상도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20%밖에 안되더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이 전 시장이 경상도 출신이란 점을 모르고 있는 점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전 시장은 "영향이 크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럴 수밖에 없다. 59년도에 서울로 올라왔고 국회의원도 서울에서 했으니까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를 것"이라며 이런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심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구·경북출신 이명박'이란 홍보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인위적으로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 전 시장의 머리속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깊숙이 자리잡은 듯했다.

    영남대를 찾아 강연을 한 이 전 시장은 첫 마디로 "고향이 포항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 포항"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경상도 출신임을 강조했다. 스스로 "잘 모를 것"이라고 말한 대상인 20대 젊은이들에게 '경상도 출신 이명박'이란 점을 인식시킨 것이다. 강연 뒤 대구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라 불리는 서문재래시장을 찾은 이 전 시장은 고향 알리기에 더욱 주력했다. 상인들과 대화에선 경상도 사투리까지 사용했다.


    '경상도 출신 이명박'홍보에 주력, "저도 경상돕니다" 상인들과 경상도 사투리도 사용

    이날부터 열린 서문시장 축제에 참석해 축사를 한 이 전 시장은 "고향이 포항"이라고 말하며 '경상도 출신 이명박'을 각인시켰다. "어머니 고향은 대구 반야월"이라고 말하며 대구 역시 자신의 고향과 다름없음을 강조했고 재래시장과 자신의 특별한 인연도 소개하며 민심을 공략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가량 더 많은 시간을 서문시장 방문에 쏟을 만큼 이 전 시장은 이날 TK공략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나타냈다. 시장 상인들을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찾아가 인사를 나눴고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려면 물건을 사야 한다"며 도라지를 비롯해 갖가지 물건을 사기도 했다. 이날 이 전 시장이 서문시장에 머문 시간은 무려 2시간 40여분.

    인사를 나누는 상인들에게 잊지 않고 건넨 말 역시 "저도 경상돕니다" "저 고향 포항이예요" 등이었다. 이 전 시장의 이런 발언에 한 상인이 "전 시장님 고향 알고 있었어요. 대통령 돼서 꼭 경제 살려주세요. 경상도 사람이라 믿습니다"라고 말하자 환하게 웃던 이 전 시장의 표정은 더 밝아지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서문재래시장 방문을 마치고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말하며 만족해했다. 영남에서 마저 박 전 대표에 앞선다면 이 전 시장은 더 유리한 대권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 전 시장은 앞으로 영남공략에 더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시장 측도 "다른 지역에 비교할 때 대구를 많이 찾으셨다"고 한다. 이 전 시장도 "앞으로 더 자주오겠다"고도 했다.   

    한편 이 전 시장측은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열세인 PK(부산 경남)공략에도 박차를 가해 확실한 영남대표주자로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어서 앞으로 영남나들이가 잦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