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 곱다.”

    어찌나 빨간 색이 진한지 온 몸이 빨갛게 물드는 것 같다. 파란 하늘에 흘러내리는 모악산의 계곡물과 잘 어울리고 있다. 떨어지는 물소리에 꽃무릇의 고운 색깔이 그대로 담겨져 공명되어지고 있다. 온 세상에 전하고 있다. 사랑의 노래가 되어 동심원을 이루면서 울려 퍼지고 있다.

    석산.

    사랑의 꽃이다. 우리말로 꽃무릇이라고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슬픔을 대변하고 있는 꽃이다. 사랑의 열기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꽃의 색깔은 진한 빨강이다. 다른 색깔은 조금도 배어 있지 않다. 오지 한 마음으로 모든 열정을 다 바치는 사랑임을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사랑만큼 위대한 것은 없다. 사랑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없다. 사랑이 힘은 무궁무진하다. 걸림이 없고 시 공간을 초월한다. 사랑에는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레고 사랑하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사랑의 힘이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만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고통 또한 커진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결국 생명마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이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것마저도 가치를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사랑을 얻지 못하면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도록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도 사랑이다.

    석산을 상사화라고 한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빨간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파란 하늘이 유혹하고 있다. 온 몸을 휘감아 내리는 부드러운 바람도 충동질하고 있다. 아 !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이다. 온 산하가 물들어지고 있는 이 가을에 사랑하지 않으면 언제 한단 말인가.

    모악산을 오르니, 계곡마다 가을이 자리하고 있다. 계곡의 물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름모를 풀꽃들마저 고운 향을 뿜어내고 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예쁜 꽃들이 손짓하고 있다. 이들의 속삭임이 그대로 마음에 전해진다.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가을은 사랑의 계절이라고 합창하고 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것이 이루어진 사랑이든 실연의 아픔을 남긴 사랑이든 상관없다. 이루어진 사랑은 환희 그 자체로 가슴에 새겨져 있고 실연은 상처가 된 사랑도 그리움의 뿌리가 되어 있다. 아문 실연에서 배어나는 그리움에는 아픔이 없다. 오직 감미로움이 있을 뿐이다. 실연의 당시에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잔잔한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꽃무릇의 향에 취하니, 마음이 설렌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대감이 넘쳐난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사랑의 대상은 누구라도 좋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직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고 신바람이 난다. 사랑은 그래서 위대한 것이다. 올 가을엔 사랑에 빠져야 하겠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