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20일 국회 기자실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면서 “태국의 군부 쿠데타를 남의 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총리의 통치 스타일은 여러 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을 닮았다. 태국의 쿠데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속 국회의원이 126명이나 된다는 제1야당의 대변인이 국회에서 마이크까지 잡고 이런 정신 나간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야당의 정치 수단은 ‘말’밖에 없다 해도 틀린 얘기가 아니다. 야당은 국정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짚어냄으로써 정권을 견제하고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달래줘야 한다. 야당 대변인은 이런 ‘말의 정치’에서 주공격수 역할을 하는 자리다. 축구에 비하면 센터 포워드와 마찬가지다.
축구에서 공격수의 제1 자격이 어떤 각도에서도 슛을 날릴 수 있는 것이듯 야당 대변인의 제1 요건 역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비수 같은 말로 정부·여당의 잘못을 도려내는 것이다. 암이나 종기 부분만 정확히 도려내는 외과의 같은 재능과 센스가 필요하다. 아무나 야당 대변인을 하는 것이 아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전력이 야당 대변인이었다는 것도 이런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변인이 이런 몫을 해왔다는 기억은 전혀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정권이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 행사를 밀어붙이며 대한민국 안보를 뒤흔들 때, 이 정권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절차를 제멋대로 밟아가며 대한민국 법 질서를 허물 때 한나라당 대변인은 국민들 머리에 남는 논평 한마디 제대로 내놓은 일이 없다.
그래 놓고 뜬금없이 ‘태국의 쿠데타가 타산지석’이라는 넋 나간 소리나 하고 나선 것이다. 나사 풀린 정당의 나사 풀린 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유 대변인의 쿠데타 발언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군사 독재정권을 자신의 뿌리로 두고 있는 한나라당의 근본을 확인시켜준 발언”이라고 했다. 한나라당과 유 대변인은 그런 말을 백 번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자해행위를 한 것이다.





